1971년생 한옥, '세컨하우스'로 만들고 싶어 싹 뜯어 고쳤더니..

조회수 2023. 8. 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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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원도 춘천의 52년 된 구옥을 고쳐 남양주와 춘천을 오가며 듀얼라이프를 시작한 가족입니다. 4일은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3일은 강원도 춘천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지역 한 달 살기를 거쳐 세컨하우스를 만드는 일까지 왔네요. 도심에서의 4일과는 조금 다르게 사는 3일, 저희 세컨하우스를 소개합니다.

도면

세컨하우스의 최종 도면입니다. 70년대 지어진 작은 목조 한옥이고 저희를 만나기 한 달 전까지 쭉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 연식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원래 집 구조는 주방 쪽 벽체가 앞쪽까지 이어져 있어서 왼쪽, 오른쪽이 분리된 형태였는데 일부 벽체를 터서 하나로 이었습니다.

이 집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햇빛이 잘 드는 작은 마당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집 내부와 마당을 잘 연결하는 것이 리모델링의 핵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마당을 조망하고 바깥 풍경을 안으로 들여오도록 구조를 짜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공간을 매입하고 받은 옛 건물 도면입니다. 자를 대고 볼펜으로 그린 건물 도면과 건평 '17평 5홉 6작 9재'라고 적혀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일지

파트너 찾기

71년도에 지어진 집이라 대수선에 가까운 공사가 필요했습니다. 구조도 일부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였습니다. '누구와 어떻게 고칠 것인가?' 전문성도, 유사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막막했습니다.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곳, 지인이 추천해 준 곳, 우연히 알게 된 곳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중 많은 곳이 우리 이야기를 듣기 전 답안지를 주기도 했고, 일부는 이야기를 들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극히 소수는 첫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우리가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과정을 겪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 줄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지역에 젊은 멤버로 구성된 실력 있는 팀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거공간 건축, 리모델링 경험도 있고 상업공간 포트폴리오도 있었습니다. 특히 디자인과 브랜딩도 함께 진행하는 팀이라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무작정 DM을 보냈고 미팅을 해보니 우리 이야기를 듣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 줄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작업

사전 미팅을 마친 후 내외부 철거와 함께 디자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집의 구조와 중요한 가구의 배치를 짜봤는데요. 디자이너인 아내는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손 그림이 좋은 저는 빈 평면도 위해 연필로 스케치를 하며 몇 가지 안을 만들었습니다.

나온 안을 정리해서 PPT로 만들었습니다. 참고가 될 이미지와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서 전달하고 며칠 후 미팅을 통해 설계도를 구체화시키는 방법으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철거 후 기초 공사 전까지 몇 번의 회의를 진행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도면을 확정했습니다. 업체에서 제공해 준 3D 이미지가 의사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복도

현관을 새롭게 만들고 중간 벽체를 트면서 복도가 생겼습니다. 복도에는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세로로 긴 픽스창을 냈습니다. 거실의 픽스창과 동일한 크기, 동일한 디자인입니다.

현관 옆 짜투리 공간엔 길게 신발장 겸 수납장을 만들었습니다. 안방 한쪽 벽엔 유리블록을 쌓아 답답함은 줄이고 프라이버시는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방 Before

거실 구석에 'ㄱ'자 형태로 싱크대가 놓여있던 주방의 모습입니다. 애매한 위치에 기둥도 내려와 있어서 배치를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을지 고민이 되었던 공간입니다.

주방 After

주방은 거실과 마주 보면서 오른쪽으로는 통창을 통해 마당을 볼 수 있도록 11자 형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애매하게 내려왔던 세로 기둥과 천장에 가려져 있던 가로 기둥의 구조를 살려 대면형이지만 싱크대를 살짝 가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었어요.

상부장과 하부장은 지역 업체를 통해 맞춤으로 제작했습니다. 이 집의 '하얀 벽과 나무'라는 시각적인 요소를 가구에도 그대로 연결시켰습니다. 흰색 면에 엣지는 나무 스타일로. 거실의 붙박이장, 주방의 상하부장, 입구의 신발장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해서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11자형 주방 가운데는 작은 환기창을 하나 냈습니다. 원래 창이 있던 자리였는데 크기를 줄이고 대신 인덕션 위 상부장 쪽에 후드를 달았습니다.

11자 주방에서 왼쪽은 수전과 세탁기를 배치했습니다. 세탁기 옆 슬라이딩 선반에는 오븐을 둘 계획인데 현재는 작은 밥솥이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주방 가전을 매립형태로 계획하고 있다면 생각하지 못한 여분의 가전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는 새로 생긴 로봇 음식물 처리기가 마땅한 공간을 못 찾고 있습니다.

11자 주방의 오른편은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쿠쿠의 인덕션, 인덕션 위는 상부장 속으로 후드를 설치했습니다. 싱크대 상판과 벽면은 동일한 재질로 결정했습니다. 조리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좀 더 밝을 필요가 있어서 LED 보조등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거실 Before

미닫이문으로 된 주 출입구의 전실 같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리모델링 전 작은 거실입니다. 왼쪽의 방(안방)과 오른쪽의 주방을 연결하는 통로 정도의 역할만 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거실과 주방이 중요했기 때문에 안방으로 쓰던 공간을 거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거실 After

바뀐 거실의 모습입니다. 기존의 천정은 철거하여 층고를 높이고 목공사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천정 부분의 나무 기둥은 부분적으로 노출시켜 구옥이 갖는 매력은 살리되 너무 옛날 느낌이 강하지 않도록 조절했습니다.

벽은 페인트 도장 느낌의 흰색 벽지로, 바닥은 화이트 오크 느낌의 광폭 강화 마루를 선택했습니다. 바닥과 벽이 모두 밝은색 계열이다 보니 집이 조금 더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실에는 4way 시스템 냉난방기를 설치했습니다. 단열을 했다고 하더라도 구옥의 특성상 추위와 더위에 약할 수밖에 없고, 스탠드형 냉난방기를 놓을 자리도 부족했거든요. 10분 정도만 틀어도 집안 공기가 따뜻해져서 지난겨울 잘 활용했습니다.

기존에 안방으로 쓰던 공간을 거실로 바꾸었습니다. 6인 다이닝 테이블이 들어올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식사도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도 하고, 가끔 지역 분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침실

벽 쪽에 멀바우로 침대 헤드를 만들었습니다. 침대는 프레임 없이 바닥에 바로 매트리스를 두었습니다. 토퍼가 연결되는 매트리스라서 프레임이 없어도 낮은 느낌은 안 드네요.

침대 헤드 위에는 막대형 LED 조명을 넣었습니다. 침대 헤드를 디자인할 때부터 막대형 LED 조명이 들어갈 공간을 잡아두고 만들었습니다. 밝기 조절기는 따로 넣지 않았습니다. 지내다가 너무 밝다 싶으면 광목 같은 천을 위에 살짝 덮으려고요.

외관과 마당 Before

'ㄱ' 모양의 소박한 한옥과 돌기와, 반듯한 마당에 처음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열 가지 단점보다 한 가지 장점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마당. 햇빛을 가득 품은 마당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아내와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금과는 좀 다르게 살게 되는 집이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풀멍하며 시간을 보낸다거나, 해먹에서 낮잠을 잔다거나, 마당을 보면서 국수를 만든다거나… 이 집의 마당은 우리 가족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해 줄 것 같았습니다.

구옥에는 다시 재현하기 힘든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처마 밑 벽체의 나무로 만든 문양도 그랬습니다. 이런 것들은 철거 전에 미리 이야기하여 따로 보관하면 좋습니다.

상하수도 배관을 새로 연결하면서 외부 공사규모가 예상보다 커졌습니다. 외부에 있던 화장실과 창고는 담벼락과 연결되어 있어서 담도 새로 쌓아야 했고요. 돌아보면 리모델링은 예측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외관과 마당 After

돌기와 지붕은 그대로 유지하고 처마 아래와 벽체는 깔끔하게 보수했습니다. 처마 아래 나무로 만들어진 문양은 철거할 때 잘 모아두었다가 다시 재활용했습니다.

마당과 집 내부를 연결하는 장치로 툇마루를 만들었습니다. 거실에서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기도 하고 날씨 좋은 날엔 툇마루에 걸터앉을 수도 있고요. 나무가 아닌 시멘트를 굳혀 만든 툇마루인데 어떤가요?

거실과 주방에서 보이는 마당벽 일부에는 나무를 세우고 우드스테인을 칠했습니다. 나무와 풀로 조경할 때 멋진 배경이 되어줄 거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눈 깜짝할 사이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습니다. 나중을 생각하다가는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다르게 사는 연습이 필요해 세컨하우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구옥을 고치고 조금씩 가꿔가는 과정은 힘들기도 하지만 정말 즐겁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아쉬움이 들 정도로요.

혹시 집을 고치거나 지으려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 보세요. 그 과정을 가족과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희 가족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쌓아가며 그 과정을 즐기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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