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도 탈당…"명백한 고무줄 잣대" 민주당 공천 갈등 폭발

오문영 기자 2024. 2.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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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에서 현역 하위 10% 통보를 받았지만 당에 남기로 했다. 2024.02.20.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공천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 '비명(비이재명) 학살'이란 내부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현역의원 하위 평가를 받은 데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재심 신청이 '평가자료 공개' 없이 기각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다. 전략 선거구 추가 지정으로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공개 반발도 이어졌다. 이수진 의원은 이런 이유로 22일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박용진·김한정 의원은 지난 21일 현역의원 하위 10% 평가를 받은 데 대해 당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하루 만에 기각 통보를 받았다. 22일까지 하위권 통보 사실을 공개한 의원은 이들 두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박영순·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6명이다. 이들은 친문(친문재인)계나 비명계란 이유로 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뤄진 것 아니냔 의심을 하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지난 19일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심사 평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재심 심사를 위한 회의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관위 회의를 통해 거절하든가 했어야 하는데 회의 전에 문자 하나만 이렇게 보내면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나"라며 "당연히 공개돼야 할 심사 평가 원본 자료를 숨겨가면서까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은 뒤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김 의원은 이날 SNS(소셜서비스)에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서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든 절차가 시스템화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평가 결과를 항목별로 알려주고, 소명할 것이나 평가위에서 미처 놓친 사안이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상식 아니냐. 답답하다"고 썼다.

자료공개나 추가 소명 절차가 생략된 재심 신청 기각에 당내에선 불공정 공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재심을 신청한 하위 평가 의원들에게는 공관위원장이 당사자에게 평가 결과를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친문 좌장으로 꼽히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저는 하위 통보를 받지 않았지만, 의혹대로라면 저에게도 곧 통보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복되지 않은 민생경제와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힘겨워하는 모든 분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따.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관위의 결정에 항의하며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을 4·10 총선에서 공천배제 하기로 결정했다.2024.02.22.

이날 공관위 심사에 따라 본인 지역구가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현역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마포갑(노웅래 의원)과 동작을(이수진 의원), 경기 의정부을(김민철 의원)과 광명을(양기대 의원), 충남 홍성·예산 등 5곳을 전략선거구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이 있는 해당 지역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한다는 뜻은 사실상 이들을 컷오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들 지역구가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 향후 민주당 전략공관위는 해당 지역구에서의 경선 진행 여부, 경선에 현역 의원을 포함시킬지 여부, 단수 공천할지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아예 배제될 수도 있다.

이수진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 동작을에서 본인은 배제된 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을 후보군으로 넣은 여론조사가 진행된 점을 거론하며 "제 지지율이 덩달아 떨어지고 당원들이 불안해했다"며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될 당 지도부는 외면만 하고 있다. 저를 모함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금품(수수 의혹) 재판을 받고 있다고 전략지역을 요청했다는 공관위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 근거와 기준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저 혼자도 아닌데 이곳만 전략지역으로 한다는 것은 명백한 고무줄 잣대이자 공천 전횡이고 독재"라고 했다. 노 의원은 사업가로부터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등을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 기각 이유, 전략선거구 추가지정 배경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현재 계속해서 (공천)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다음 발표 때 질문을 받겠다"라고만 답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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