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석의 이름이 다시 기사 제목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성적이 아니라 ‘해명’이었다. “전부 사실이 아니다.” 울산 웨일즈 유니폼을 입게 된 직후,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야구 선수에게 새 팀에서의 각오보다 먼저 나와야 했던 문장이 해명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 방출이 얼마나 많은 오해와 소문을 낳았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박민석의 2025시즌은 숫자만 놓고 보면 ‘즉각 방출’로 이어질 만큼 참담한 성적표는 아니었다. 1군 19경기 타율 0.263, 출루율 0.333, 장타율 0.421. 주전으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기회를 받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가능성을 완전히 지웠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KT 위즈는 시즌 종료와 함께 박민석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이 결정이 알려진 직후부터, 문제는 성적이 아니라 ‘이유’가 됐다.
야구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설명이 부족할 때다. 구단은 “전력 구상 과정”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방출을 정리했고, 그 빈틈을 추측이 채웠다. 일부 기사에 등장한 “사생활 문제로 운동에 전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문장이 불씨가 됐다. 단정은 아니었지만, 그 한 줄은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팬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덧붙여졌고, 어느새 박민석은 ‘야구 외적인 이유로 방출된 선수’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박민석의 선택은 비교적 분명했다. 침묵으로 넘기기엔 꼬리표가 너무 컸다. 그래서 그는 직접 나섰다. 울산 웨일즈 트라이아웃 합격 소식과 함께 올린 SNS 글에서 그는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돌았던 여러 이야기들은 전부 사실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구에 대한 책임감과 팀에 대한 존중을 가장 우선에 두고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정적인 표현은 최대한 배제했고, 변명처럼 보일 수 있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이 아니다’라는 문장만은 분명히 남겼다. 이것이 현재까지 확인 가능한 박민석의 공식 입장이다.
박민석을 둘러싼 논란이 더 크게 번진 데에는 또 하나의 맥락이 있다. 바로 강정호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썼던 강정호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타격 아카데미는 최근 몇 년 사이 ‘재도전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박민석 역시 연봉 3,100만 원이라는 낮은 조건 속에서도 사비를 들여 미국으로 향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였다. 이 선택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방출 소식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 공백을 루머가 채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하면, 강정호의 조언과 훈련은 마법이 아니다.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프로 세계에서 자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박민석의 2025시즌 초반 4안타 경기처럼 반짝이는 장면은 있었지만,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감독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엔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고, 본헤드 플레이 같은 장면이 겹치며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런 맥락을 놓고 보면 ‘전력 외 분류’라는 설명 자체가 전혀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선수 개인의 명예가 너무 쉽게 소비됐다는 점이다.
박민석과 함께 ‘강정호 스쿨’ 출신으로 언급되는 공민규의 사례는 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1군에서 증명하지 못했고, 결국 방출과 트라이아웃 탈락으로 이어졌다. 추천이 아닌 실력, 가능성이 아닌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프로의 냉정함이다. 이 현실 속에서 강정호라는 이름은 때로는 기대를 키우고, 때로는 실망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민석의 울산행은 ‘패자부활’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울산 웨일즈는 신생 시민구단이다. 이름값이나 과거 이력보다, 지금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트라이아웃 합격은 동정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울산은 젊고 굶주린 선수들을 원했고, 박민석은 그 조건에 들어맞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다시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대는 확보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향한다. 박민석이 울산에서 잘 치면, 방출의 이유를 둘러싼 논란은 서서히 힘을 잃을 것이다. 반대로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해명은 해명으로만 남는다. 프로의 세계는 늘 그렇게 정리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논란을 “어차피 결과로 말하면 된다”는 말로 덮어버릴 수는 없다. 선수의 커리어에 ‘사생활 문제’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박민석의 사례는 KBO리그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질문을 던진다. 방출은 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할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선수 개인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선수는 다시 뛰기 위해 먼저 ‘야구 실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박민석이 울산에서 다시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해명이었던 이유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시간이다. 타석에서의 결과, 수비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한 시즌을 버텨내는 꾸준함. 울산 웨일즈라는 새로운 무대는 화려하진 않지만, 다시 야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강정호 유학파’라는 수식어도, ‘논란의 방출’이라는 꼬리표도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만 지워진다. 박민석의 재도전은 아직 시작선에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다시 기사 제목에 오를 때, 그 앞에 붙는 단어가 ‘해명’이 아니라 ‘성적’이길 바라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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