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체육 수업 강화가 잘못됐다고? 어이없는 국가교육위원회[김세훈의 스포츠IN]
어린이들이 제대로 운동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왜 찬반 논란거리가 될까. 우리나라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초등학생 체육 활동 강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말이 될까.
국가교육위원회는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 체육을 단독교과로 편성하는 방안을 26일 최종 의결한다. 이달 초 한차례 논의됐지만, 체육 단독교과 편성을 거부하는 몇몇 위원들 때문에 최종 결정이 이날로 연기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통합 교육을 깨서는 안 된다”며 체육 단독 교과 편성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유치원, 어린이집부터 초등 1,2학년까지 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음악, 미술, 체육을 하나로 묶어 교육한다는 게 핵심이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통합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부실한 내용이다. 미술은 그나마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음악, 체육은 공간과 교사 부족 등으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초등 1,2학년은 음악, 미술, 체육이 하나로 묶인 즐거운 생활을 배우고 있지만 신체활동이라고는 꽃구경, 소꿉놀이, 가위질 등이 전부다. 소근육을 깨작거리는 활동보다는 허리, 다리, 팔, 복부 등 큰 근육을 쓰는 활동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린 나이 운동은 △신체 균형적 발전 △심리적 정서적 안정 △두뇌 용량 강화 △교우 관계 개선 △희생·단합·질서 등 사회적 가치 함양 등에 도움이 된다. 높아지는 비만율과 어린이 성인병 등을 예방하는 데는 운동만한 게 없다. 친구와 함께하는 단체 운동은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좋은 가치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준다.
세계적인 철학자이며 축구광인 알베르 카뮈는 “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덕과 의무를 축구에서 배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질서, 희생, 양보, 협력, 책임감, 승자축하, 패자위로, 도전 등을 스포츠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운동은 두뇌 발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선혜 중앙대 교수는 “어릴 때 운동을 많이 하면 뇌 용량이 커진다”며 “좋은 컴퓨터처럼 뇌 용량도 커져야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덕체를 겸비한,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재로 키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목이 체육이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유치원부터 연령대별로 대근육 중심 신체활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들의 커리큘럼을 보면 거의 모두 대근육을 쓰는 크고 적극적인 활동이 주를 이룬다. 선진국이 어린이들에게 육상, 체조, 수영, 댄스 등을 주로 지도하는 것도 신체 부위 고른 발달, 신체 균형 잡기, 심폐기능 강화, 두뇌 발달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초등 1,2학년 체육 수업이 부실한 나라는 선진국 중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어린이 체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찬반을 논의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다음 세대가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기성세대가 무조건 해야하는 임무다. 체육은 사람들끼리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 돕고 서로 양보하고 서로 단합하는 ‘좋은 시민’을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과목이다. 초등 1,2학년 체육 단독교과 편성을 거부하는 주장은 ‘무논리 허튼소리’일 뿐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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