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라진 바다"…무인정끼리 쏘았다

흑해에서 무인수상정 간 첫 교전이 벌어졌다. 해전의 성격이 바뀌는 장면이다.

우크라이나 해군과 국방정보국(HUR)이 흑해 해상에서 자국의 다목적 무인수상정(USV) '사르간-3000'으로 러시아 무인정을 감지·격파하는 교전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교전은 인류 해전 역사상 사상 첫 무인 수상정 간 교전으로 평가받는다.

"안테나를 먼저 노렸다"…교전의 전말

우크라이나 HUR 소속 부대가 흑해 수역에서 러시아 무인정을 포착한 뒤 해군은 사르간-3000을 즉시 투입했다. 이 무인정에는 12.7㎜ 기관총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프로텍터'(Protector) 무장 장치가 탑재됐다. 원격 조종원은 교전 초기에 적 무인정의 통신 안테나를 겨냥해 제어 능력을 무력화한 뒤 기관총 사격으로 파괴했다.

"한 번 쓰고 끝이 아니다"…자폭에서 복귀로

그간 해상 드론은 폭발물을 싣고 표적에 충돌하는 자폭 방식이 주류였다. 기관총을 탑재한 무인정은 다르다. 일회성 소모품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찰·경계·요격 임무를 수행한 뒤 기지로 복귀할 수 있는 자율 전투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구라 V5"…자폭형이 남긴 전과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소속 '그룹13' 특수작전부대가 폭발물을 적재한 해상 공격용 무인보트 '마구라 V5'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최신예 '세르게이 코토프'함을 격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폭형 해상 드론이 대형 수상함을 위협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무인정이 무인정을 사냥하는 단계로 넘어간 셈이다.

사람이 타지 않은 배가 사람이 타지 않은 배를 향해 기관총을 쏘는 장면은 해전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꾼다. 흑해에서 벌어지는 실험의 결과는 다른 바다로도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사진 출처=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