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차를 뛰어넘겠다는 야심, 제네시스 BH의 탄생
2008년, 현대자동차는 ‘독일차를 뛰어넘겠다’는 목표 아래 1세대 제네시스(BH)를 내놓았다. 기존 국산 대형 세단에선 보기 어렵던 V6와 V8 엔진, 고급 가죽내장, 멀티링크 서스펜션, 뒷바퀴 굴림(FR) 등 프리미엄 설계를 대거 도입했다. 특히 알루미늄 합금 엔진 후드와 미국/독일 기준 충돌 테스트도 모두 합격하는 등 초기 개발 과정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동급 대비 파격적인 가격과 가성비
BH 제네시스는 당시 수입 독일차 대비 절반 수준인 4천만 원대 가격에, 옵션은 거의 풀사양으로 제공됐다. 기존 한국차에서 보기 힘들던 고급 사양들을 대중적으로 풀었으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가진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쏟아졌다. 이후 2008년 첫해는 내수 2만7천 대, 수출 1만6천 대 등 큰 성공을 거뒀고, 글로벌 누적판매 40만 대(2015년 기준)를 넘으면서 독일도 인정한 ‘저평가된 완성차의 실수’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독일에서까지 인정받은 성능과 디자인
제네시스 BH는 독일 현지 매체와 소비자 평가에서도 성능, 디자인, 정숙성, 내장재 품질 등에서 벤츠·BMW·아우디와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3.8~4.6리터 대형 엔진의 폭발적 출력(300~375마력)과 안정된 주행, 강력한 정숙성이 자랑거리였다. 고급스러운 실내, 전동·열선 시트, 오디오 시스템 역시 동급 독일차 못지않다고 평가됐다.

북미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적 호평
BH 제네시스는 2009년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고급차 브랜드가 아닌 한국 완성차 브랜드가 세계 자동차 시상식에서 정상에 오른 초유의 일로, 국내외 언론이 ‘제네시스가 글로벌 프리미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이후 미국 내 고급차 시장 진출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2세대·3세대(G80, G90, GV80 등)로 계승되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전략을 견인했다.

실제 오너들의 단점 평가와 내구성 논란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BH 제네시스에도 단점이 존재했다. 먼저 내비게이션·센서·전자식 버튼 등 전자장비 고장(장고장)이 비교적 잦았고, 고급 하체 설계에도 불구하고 하체 소음·엔진 오일 소모·미션 충격 문제도 일부 출고 후 몇 년 지나면서 보고됐다. 오너들은 “이 정도 문제는 값 대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UI 조작의 불편함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또 다시 ‘가성비 브랜드’로 재평가
현재 BH 제네시스는 중고차 시장에서 200만 원 중반대로 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가격 대비 상품성이 여전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외 오너들이 “가격은 싸지만 옵션·성능·실내 품질 모두 동급 독일차의 중고차보다 뛰어나다”고 추천한다. 전기차·SUV 등 최근 트렌드와 비교해도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현대 제네시스 BH, ‘실수로 너무 잘 만든 차’의 위상
제네시스 BH는 국산 고급차의 한계와 브랜드 이미지 벽을 스스로 허물었으며, 수입차 중심이던 국내 시장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독일에서도 “실수로 너무 잘 만든 한국차”라며 인정받았고,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꾼 상징적인 모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