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친인척만 330명 채용?
'좌의정의 황표가 뛰어나고 숨겨진 자를 찾는 데 장점이 있다고는 하오나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조선 단종 때 의정부 대신들이 낙점한 사람의 이름에 누런 종이쪽지. 그러니까 황표를 붙이면 임금이 그대로 임명하는 인사제도였던 '황표정사.' 어린 임금이 정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할까 염려해 만든 제도였지만 단종실록을 보면 '대신들은 매번 인사 시기가 오면 아들, 사위, 아우, 조카를 서로 바꾸어 천거하며 이끌어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기록돼있습니다.
반면 이런 사람도 있었습니다. 조선 전기, 문신 정갑손은 함길도(함경도) 이곳 관찰사로 있을 때 아들이 함길도 향시(지방에서 실시하는 과거 1차 시험)에 합격하자 이를 취소하고 해당 관리를 파면했지요.
최근 내부 직원의 46억 원대 횡령 사건에 휘말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번엔 유독 높은 임직원들의 친인척 채용 규모로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 인원은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4년간 330명에 이르는데, 이 중 무려 60%를 차지하는 197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채용됐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다니는 경우가 50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참 흔치 않은 일이지요.
공공기관은 흔히들 '신의 직장'이라 부릅니다.
아직 친인척 채용의 불법성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유독 공공기관에서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이 많다는 건 국민 눈높이에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겠죠. 국민건강 챙기랬더니 친인척 챙긴 거냐면서요.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국민을 납득시키면 되겠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확대 개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당시 발표된 공정채용법에는 '친인척 고용승계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 적발 시, 관련자 입사 원천 무효화'도 포함됐었죠. 이건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요? 정갑손의 교훈이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친인척만 330명 채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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