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황정민, 애정하는 영화로 돌아온 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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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영화 <베테랑2>로 돌아왔다. <베테랑2>는 개봉 엿새째 손익분기점 400만을 돌파하며 추석 극장가 독무대가 됐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은 죄짓고 사는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고, 무슨 사건이든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강력범죄수사대팀의 형사다.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한 정해인과 호흡을 맞춘다.
황정민은 “<베테랑>을 찍었을 때부터 속편을 진심으로 원하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면서 “9년 만에 돌아왔지만 관객들이 서도철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으면 했다. 1편에서의 에너지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다”며 <베테랑2>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개봉 직전 그를 만났다.
“애정하는 캐릭터 서도철로 돌아왔습니다”
그때가 영화 <신세계>를 찍던 와중이었는데 배우로서 나름의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일을 안 하고 쉬자니 그것도 힘들고, 어떻게 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때였는데, 류승완 감독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어렵게 할 이유가 뭐냐. 재미있게 같이 할 뭔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영화 <베테랑>이었다. 그래서 <베테랑>을 촬영하는 자체가 내게 힐링이었고, 개봉과 동시에 너무 잘돼 복덩이 같은 작품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개인적인 얘기이긴 한데, 어떤 직업이든 일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내가 왜’ 혹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덧붙여 내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대본이고, 그래서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왜 관객은 재미가 없다고 하지?’ 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였다.
류승완 감독이 서도철이라는 인물에 자연인 황정민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딱히 그렇지는 않다. 뭐가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서도철처럼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웃음) 서도철 같은 인물이 우리 주변에 있으면 든든하지 않겠나. 형이나 삼촌이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니다.(웃음)
극 중에서 서도철이 아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황정민은 아들에게 사과를 하는 어른인가?
당연히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난 다 성장했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형편없을 수 있지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이 사회가 그나마 복잡하지 않고 정도 있게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1편에서 입었던 옷을 똑같이 입었다.
<베테랑2>가 나온다고 하자 “벌써 9년 됐어?”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명절 때마다 <베테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인 것 같다. 그렇다면 <베테랑2>를 봤을 때 1편이 얼마 안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도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편의 의상을 그대로 입었다. 너무 신기했다. 마치 9년 전으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입었던 옷들은 또다시 보관해뒀다. 3편을 찍는다면 또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테랑2>는 추석 극장가에 나 홀로 출격했다. 성수기에 한 작품만 걸리는 것이 이례적이기도 하다. 주연배우로서는 좋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영화인으로서는 속상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혼자 나와서 좋기도 하지만 친구가 없으니까 속상하다. 예전에 추석 때 버스를 타고 무대 인사를 다니면 함께 개봉한 다른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같이 파이팅하고 그랬다. 그런 잔재미가 없는 게 안타깝다. 이번 언론 시사회 때도 말했지만 그래서인지 이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하다. 예전에는 이런 자리가 많아서 느끼지 못했는데 비로소 느끼게 된다.
“<베테랑>은 배우로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다.
그래서 촬영 내내 힐링이었고, 개봉과 동시에 너무 잘돼서 복덩이 같은 작품이다”
사실 그동안 영화 <사생결단>부터 형사 역할을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형사에 대한 상식이 숙지된 상태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어떻게 하면 서도철이 더 매력 있는 인물로 보일까’였다. 예를 들자면 형사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이 형,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 <공공의 적>의 (설)경구 형이 했던 형사 캐릭터처럼 한국 영화의 형사 계보를 잇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벼운 질문 하나 하겠다. 황정민처럼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기는 타고난 게 없다. 배우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훈련을 해야 한다. 책도 많이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연기도 테크닉이 필요하기에 공부를 해야 한다. 단시간에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다. 나도 30대 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열심히 공부하며 연기했던 것이 지금 잘 쌓여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젊은 배우들이 간혹 내게 연기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 나는 농담으로 “얼굴로 승부할 거야, 연기로 승부할 거야?”라고 묻는다. 연기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하면 “그럼 나를 찾으면 안 되지”라고 얘기한다.(웃음)
요즘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온라인상에서도 핫하다. 배우 조승우·지진희와 함께 여행 간 사진도 화제가 됐고, 유튜브 채널 <핑계고> 출연으로 10대들에게도 친숙하다.
그 술 톤 사진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건 젊은 친구들의 시선일 뿐이지 사실 그때 우리는 ‘짜치게’ 놀러 간 것이다.(웃음) 시간이 지나고 다들 자기 몫을 하는 배우로 자리 잡다 보니 좋게 봐주는 것 같다. 감사하다. 나는 배우로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확실히 구분한다. 배우가 아닐 때는 동네 백수 아저씨처럼 돌아다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걸 젊은 친구들이 힙하게 봐주면 고맙지만,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극에도 도전했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나?
나는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다. 광대로서 열심히 연기하는 것뿐이고, 관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얘기하는 게 예술가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놓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들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전혀 모르는 배우지만 “나 젊었을 때 이러이러한 배우가 있었는데 참 좋았어” 하며 부모님이 내게 어떤 배우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렇게 소개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다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취재 : 하은정 기자 |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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