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폭이 질병이라니" 국감 질타받은 삼성, 조중동은 외면
삼성, 중대재해법 회피 위해 방사선 피폭 '질병' 주장한다는 비판
노동부 '부상' 결론에도 국감에서 기존 입장 유지하자 의원들 질타
조선, 중앙, 동아 등 다수 일간지 온오프라인 외면… 지면엔 한겨레뿐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 사측의 안전관리 미비와 사후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측이 피폭 사고를 '질병'으로 주장한다는 의원들의 비판도 나왔지만 이를 다룬 언론은 소수였다.
지난 5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발생한 2인의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질병'을, 피폭 피해자는 '부상'을 주장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3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가 적용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은 삼성전자가 중대재해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질병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지난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은 대형 로펌 4곳(율촌·김앤장·지평·화우)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번 사고가 '질병'이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외부 기관 6곳의 답변을 종합해 이번 사고를 '부상'으로, 즉 중대재해라고 결론 내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지난달 26일 사측의 안전관리 미비를 지적하며 과태료 처분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사고가 아닌 '질병'이라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태양 삼성전자 최고안전책임자(CSO) 부사장은 피폭 사고를 '업무상 질병'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깊이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에 보고하지 않았고 지시받지 않았다며 윤 부사장 자신이 안전 관련 책임자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윤 부사장은 아직도 사고를 질병으로 주장하냐는 질의에 “저희가 혼란이 있는 부분이 있다”며 “깊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가스가 폭발해 화상을 입었는데 부상이 아니라 질병이라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피폭 피해자 이용규씨는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가 얘기한 보상안과 기타 사항들을 고려할 때 사과의 뜻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2일부터 28일 현재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전국일간지와 경제일간지 25개 매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키워드 검색한 결과 1436개의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피폭'을 교집합(AND)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14건에 불과했다. 일간지 기준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만이 국정감사에서 나온 방사선 피폭 이슈를 다뤘다.
한겨레만 해당 이슈를 <중대재해 미보고 과태료에도… 국감 나온 삼성 '피폭은 질병' 고수> 기사로 지면에서 10월23일 다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다수 일간지는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태양 부사장의 발언을 지면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전삼노는 25일 <국정감사 이후에도 재해자들에 대한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합니다> 성명을 내고 “재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질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회사의 태도는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심어주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사고의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각종 이의 절차와 소위 '법 기술'을 동원하여 시간을 지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재해자들도 사측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피폭 피해자는 탄원서에서 “저는 이번 사고로 앞으로의 미래를 모두 잃었다. 이번 일의 충격으로 저와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저는 남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성공, 사회적 성공, 행복한 가정을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고, 오로지 멀쩡한 손가락과 질병에 걸리지 않길 바라며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명백한 회사의 과실로 발생한 이 사고에서 제대로 된 조치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보상과 지원에 대해 피해자인 제가 고민하며 2차, 3차의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회사가 왜 피해자들을 협상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인지 비통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큰 사고가 본인들의 가족에게 일어났다고 한다면 과연 이렇게 피해자들을 협상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실 수 있을지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궁지 벗어나려 위험한 선택? 한국일보 “전쟁 위험 현실 될까 공포” - 미디어오늘
- KBS 촬영 기자, ‘비아그라’라며 불법 약품 동료에 제공했다 해고 - 미디어오늘
- “김백 YTN 사장, 국감 피하려 2주 ‘해외 유랑’...알리바이 입증하라” - 미디어오늘
- 민주당 김우영, 국감장서 ‘법관 출신 주제에’ 막말 사과했지만... - 미디어오늘
- 시사교양프로 오프닝부터 아나운서가 PPL음료 시연 “완전 홈쇼핑” - 미디어오늘
-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군이 왜 이역만리에서 죽어야 하는지 밝혀야” - 미디어오늘
- 해리스 고향 ‘LA타임스’ 공개 지지 막은 소유주…집단학살 항의? - 미디어오늘
- 기독교 동성혼 반대 시위, 국민일보는 1면 경향신문은 “개탄스럽다” 사설 - 미디어오늘
- 세월호 10주기 이어…이태원 참사 2주기까지 외면하는 KBS? - 미디어오늘
- 언론7단체 “여야, 국회의장 제안한 범국민협의체 수용하라”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