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더뉴 트레일블레이저 "경쾌한 오프로더가 어딨냐?!"

한국GM이 출시한 쉐보레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뉴 트레일블레이저'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최근 3년여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 배경에 대해선 지금까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서 점점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다. 이는 지난 4월 출시한 동생격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도 힌트가 드러났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남성답고 오똑한 코에 떡 벌어진 어깨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체구에 근육질 몸매인데 이렇게 밸런스가 좋았나 싶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집중됐던 관심이 이제는 더뉴 트레일블레이저로 향하고 있다. 디자인 상승효과를 함께 누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쉐보레는 뭔가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더뉴 트레일블레이저를 위해서 오프로드 코스를 준비했다. 바로 차량의 기본인 '주행성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난달 25일 경기 여주에 GM 오프로드 시승장에 모습을 나타낸 더뉴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가 갖고 있지 않은 위풍당당함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더뉴 트레일블레이저가 내달릴 오프로드 시승장은 A·B 두 코스였다. A코스는 최대 경사 20도의 비포장도로가 중심이었고, B코스는 비포장의 구불구불한 진흙 길로 마련됐다.

라이트 사이징된 작은 1.35리터급 심장이지만 가차없이 밟아보라는 쉐보레 측의 귀띔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트랙스 보다 높은 전고를 갖춘데다, GM이 자랑하는 스위처블 AWD 시스템도 마련돼 있으니 즐길 일만 남았다.

작지만 경쾌한 움직임으로 오프로드를 치달렸다. 통상 오프로더가 묵직하고 둔탁한 느낌을 주지만 더뉴 트레일블레이저는 라이트급 복서가 링위를 날쌔게 가로지르는 느낌이다.

특히 물기가 많아 헛바퀴가 돌 것 같은 구간에선 스위처블 AWD 버튼 하나로 빠르게 4륜구동 전환이 가능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바위를 쑥 치고 오르고, 신속하게 차체 안정감까지 되찾으니 "이거 물건인데~" 혼잣말이 나온다.

그렇지, GM은 국내 마니아들에게도 사랑받는 콜로라도가 있다. 동급은 아니지만 비포장도로와 사륜에서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왔다. 그 노하우를 트레일블레이저에 제대로 심어 넣었으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선명하게 대비될 수 있는 부분을 잘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사륜구동모델은 서스펜션도 다르게 구성해 Z-링크 리어 서스펜션으로 보다 높은 승차감도 돕는다. 거기다 19인치 휠을 새로 추가해 콤팩트 SUV에게 쉽지 않았던 하체 시스템을 손봤다. 19인치 카본 플래시 머신드 알로이 휠과 함께 서스펜션 강도도 새롭게 조절해 깔끔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온로드에선 두 말할 것이 없다. 배기량 1341cc의 E-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동력으로 2.0 가솔린에 준하는 힘을 보여준다. 더 비싼 고급차에 적용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도 정숙성을 높인다.

여기다 VT40 무단변속기가 탑재돼 12.9km/L(17인치 타이어 기준)의 복합연비를 실현했다. 사륜구동 모델에는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돼 11.6km/L(18인치 타이어 기준)의 준수한 복합연비를 낸다. 이런 점에서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6단 자동변속기 보다 확실히 앞서는 성능을 보여준다.

아울러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차선중앙유지는 아니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다. 부드럽게 조용한 주행 성능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조작 버튼, 8인치 클러스터, 11인치 센터디스플레이 등도 트랙스와 공유하는 훌륭한 디자인이다.

이처럼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외형적 디자인과 한국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실내 인테리어와 주행성능이 잘 어우러진 게 최근 수년간 트레일블레이저의 인기 요소였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승이었다. 국내 판매 가격은 ▲LT 2699만원 ▲Premier 2799만원 ▲ACTIV 3099만원 ▲RS 3099만원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한국GM, 동영상=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