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화단에 있다?

창원 원이대로 S-BRT 대부분 구간
잘못 설치돼 비장애인도 접근 어려워
시 “개통 이후 문제점 신속 개선할 것”

창원 원이대로 S-BRT(고급형 간선급행버스체계)가 오랜 기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통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새롭게 설치한 음향 신호기가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창원시 성산구 용지사거리 S-BRT 중앙정류장 횡단보도 화단에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3일 오후 방문한 창원중앙고 S-BRT 중앙정류장. 창원시는 BRT 조성사업 과정에서 이곳 횡단보도 양 방면에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해당 신호기들은 구조상 시각장애인은 물론 시민들도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커 보였다. 설치 과정에서 조경수가 빽빽이 심긴 화단 안쪽에 신호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화단 시작점과 신호기 사이는 80㎝ 남짓. 건장한 30대 남성도 신호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조경수에 발을 집어넣거나 뛰어넘어야만 했다.

통상 음향 신호기는 횡단보도 앞 점자블록 옆에 맞닿아 설치된다. BRT 중앙정류장과 달리 수년 전 설치된 바깥쪽 신호기들은 점자블록 옆에 있었다.

신호기 문제를 본사에 제보한 A씨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설계한 사람부터 시공하는 작업자들, 감독하는 감독관들, 책임을 지는 행정도 기계적으로 일한 결과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대중교통 자체가 교통약자들을 위한 것인데, 되레 교통약자를 우롱하고 멸시하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취재 결과, 화단 안에 설치된 음향 신호기는 이곳 정류장에만 나타나는 문제점이 아니었다. BRT 전 구간에서 화단과 접한 횡단보도에는 음향 신호기가 똑같은 구조로 잘못 설치돼 있었다.

창원시는 잘못을 인정하고 시급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교통추진단 관계자는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며 “위치가 안 맞는 신호기들을 모두 확인해 보조기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통 혼선이 많아 우선 BRT 노선을 개통하고 이후 시설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신속히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경남#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