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살이 넘으면 살아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그 소중한 하루를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다. 지난 일을 곱씹고, 자식 걱정에 잠을 설치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일도 미룬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멀어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손에 쥔 게 많으면 오히려 마음은 더 답답해진다. 젊을 때는 붙잡아야 할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것이 더 많다. 무엇을 놓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70살이 넘으면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1.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후회
나이가 들면 지난 일을 떠올리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다. 그때 그 집을 팔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오래전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으려 애쓰다 보면 오늘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대화를 해도 옛날 이야기와 아쉬움이 절반을 차지한다. 듣는 사람도 같은 이야기에 지쳐 슬그머니 화제를 돌린다.
지난 일은 아무리 곱씹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후회에 붙잡혀 있는 동안 남은 시간만 흘러간다. 그때는 그때 나름의 최선이었다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지나간 세월을 붙잡는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일 하나에 마음을 쓰는 게 낫다. 내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오늘을 만드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전부다.

2. 다 큰 자식 인생에 대한 간섭
자식이 마흔, 쉰이 넘어도 부모 눈에는 여전히 아이 같다. 직장은 왜 옮겼는지, 손주 교육은 왜 그렇게 하는지, 집은 왜 그 동네로 샀는지 하나하나 마음에 걸린다. 걱정하는 마음에 한마디 보태면 자식 표정이 굳는다. 그래도 부모니까 말해야 한다며 같은 잔소리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자식은 중요한 일일수록 부모에게 알리지 않게 된다. 명절에 와도 밥만 먹고 서둘러 일어서는 날이 늘어난다.
다 큰 자식의 인생은 자식이 책임질 몫이다. 부모가 간섭할수록 자식은 마음의 문을 닫고 발길을 줄인다. 원수처럼 멀어진 부모 자식 사이도 시작은 대개 이런 작은 간섭이었다. 자식이 도움을 청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은 충분하다. 손을 놓아줘야 자식도 편하게 부모를 다시 찾는다.

3.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
평생 남의 눈을 신경 쓰며 살아온 세대다. 모임에 나갈 때는 옷차림부터 걱정하고, 경조사 봉투는 형편보다 두툼하게 채운다. 자식 자랑할 거리가 없으면 아예 모임에 나가지 않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 나이에 무슨 소리를 들을까 싶어 접어둔다. 남들이 뭐라 할까가 내 하루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렇게 체면을 지키느라 정작 내 마음은 늘 지쳐 있다.
그런데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다들 자기 걱정만으로도 바쁘게 살아간다. 남의 눈치를 보며 보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은 내 옷차림이나 봉투 두께로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편한 옷을 입고, 형편에 맞게 마음을 전하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사는 게 낫다. 체면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온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마음도 관계도 점점 좁아진다. 손을 펴야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하루가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오늘 하나만 내려놓아도 남은 인생은 훨씬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