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 건너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파장이 호주까지 미치면서, 남반구의 이 대륙 국가가 전례 없는 군사적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호주가 중국의 군사 위협에 맞서기 위해 사거리 3000~5500k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한국의 현무-5와 이스라엘의 예리코-3가 핵심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호주는 왜 이런 선택을 고려하게 됐을까요?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호주의 전략적 독립 추구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 8월 11일 공개한 보고서는 호주 국방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국방 전문가인 로스 배비지는 보고서를 통해 "호주 방위군이 강대국과 마주할 때도 매우 강력한 독립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해 새롭고 자립적인 장거리 타격 능력을 시급히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비지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보인 우려입니다.
그는 "미래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는 조건을 내세우거나 지지에 조건을 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독립 기능 확보에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호주가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도로 이동식 탄도미사일의 전술적 우위
보고서가 제시한 도로 이동식 탄도미사일의 특징을 보면, 왜 호주가 이런 무기 체계에 주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미사일들은 "요격하기 어렵고, 단 수십 분 만에 수천 킬로미터를 공격하며, 아군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육상이나 해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끼, 위장 및 은폐와 함께 사용하면 발사 전에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보고서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과 동맹군이 이라크 지상 발사 미사일을 사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광활한 호주 대륙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런 이동식 미사일 시스템은 상당한 전략적 가치를 지닐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최적의 파트너인 이유
호주가 이 능력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미 필요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국가와 협력하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이스라엘이 다른 잠재 경쟁자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사거리 4800~6500km에 이르는 도로 이동식 예리코-3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사거리가 최대 5000km에 이르는 도로 이동식 현무-5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동인도양과 남중국해 전체를 포괄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종류의 범위"라고 평가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가 자체 대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들 나라들이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사일 기술의 신뢰성을 보장한다는 것이죠.
3단계 협력 로드맵의 구체적 내용
배비지가 제안한 3단계 협력 방안은 매우 체계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협력국 선택으로, 동맹국이거나 최소한 우호적이어야 하며 중국, 러시아, 이란과 긴밀한 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완전한 토착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협력국으로부터 임시방편으로 호주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및 예비 부품과 발사대를 호주방위군 전투 네트워크와 연결하기 위한 제한된 수정이 포함됩니다.
호주에서 이 모든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식 재산에 접근이 필요하고 현지 산업이 동원돼야 하는 것이죠.
세 번째 단계는 가장 야심찬 계획으로, 협력국과 함께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양국은 탑재량과 생존 가능성이 더 큰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인재와 자원을 모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라는 현실적 장벽
하지만 이런 협력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과 그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공식 국제 협의인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의 회원국입니다.
이 체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미사일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협의체입니다.
보고서는 이 점을 고려하여 "회원국 중 하나인 한국이 호주에 미사일과 기술을 공급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회원국이 아닌 이스라엘에 의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호주가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도-태평양 군사 균형에 미칠 파장
호주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입 검토는 단순히 한 국가의 군사력 강화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군사 균형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고 있는 공세적 행보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호주의 이런 움직임은 지역 내 억지력 균형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현무-5나 이스라엘의 예리코-3 같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이 호주로 이전된다면,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략적 변수가 될 것입니다.
호주 본토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남중국해 전체를 사거리에 두게 되는 것이죠.
이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이제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