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조만장자’ 일론 머스크

흔히 큰 부자를 '백만장자(百萬長者)'라고 부른다. 이 말은 막연한 부의 상징이 아니라 서양 근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매우 구체적인 화폐 개념에서 파생돼 나온 말이다.
영어 'millionaire'는 million(백만)과 -aire(…을 가진 사람)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백만 단위의 화폐를 가진 사람'이다. 여기서 'million'은 라틴어 mille(천)에서 출발해 중세 이탈리아어 millione(큰 천), 프랑스어 million을 거쳐 영어로 굳어졌다. 이 단어는 한자어 번역을 거쳐 한국어 '백만장자'로 정착했다. 숫자가 곧 신분이 되는 시대의 언어인 셈이다.
이 같은 어원의 '백만장자'라는 말은 프랑스 혁명기 국채·금융·상공업 자본이 급속히 팽창하던 시기에 확산됐다. 혈통이 아닌, 화폐로 부를 가진 신흥 계층을 일컫는 말이었다.
큰 부자를 상징하는 이 '백만장자'마저 무색해지는 용어가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순자산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 우리 돈 약 1050조 원을 넘어섰다.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재산은 1,123,500,000,000,000원. 숫자 세기조차 헷갈릴 정도다. '백만장자'를 넘어 '억만장자'로도 부족하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조만장자(兆萬長者)'다.
머스크 한 사람의 자산 규모가 중견 국가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같은 빅테크 기업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개인의 자산을 폭발적으로 키웠고, 그 속도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백억, 천억 단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다. 빅테크 시대의 새로운 부의 편중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백만장자가 산업화의 부산물이었다면, 오늘의 조만장자는 플랫폼·알고리즘·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백만에서 조 단위로 커진 숫자만큼 약탈적 자본주의의 숙제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