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시대를 풍미한, 카마로와 챌린저의 마지막 인사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꼽는다면 머슬카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연료 효율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고출력 대비기량 엔진을 장착한 머슬카는 미국 그 자체를 보여주는 자동차이자, 60-70년대 미국 부흥기를 풍미했다고 전해지죠.
이후 머슬카는 석유 파동으로 점차 시장에서 도태되는가 싶더니 21세기에 다시 한번 부활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부활에 성공한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그리고 닷지 챌린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다뤄 보고자 해요.
그 시절 거친 대륙을 횡단했던
머슬카와 포니카 🏎️
머슬카의 탄생의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해요. 그중 대표적인 가설은 1930년대에 시작한 미국의 자동차 튜닝 문화, ‘핫로드(Hot rods)’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는 일반적인 차체에 고출력 대배기량 엔진으로 튜닝 된 자동차를 뜻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전역의 버려진 소규모 군사공항의 활주로에서 이러한 자동차를 가지고 직선주로를 대결하는, 이른바 ‘드래그 레이스’가 성행했다고 하죠.
특히 정비병으로 근무했던 군인들이 사회로 복귀하면서 이러한 문화는 더욱 탄력받게 됐어요. 그리고 이 유행을 지켜보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고출력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신차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머슬카의 시초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최초의 머슬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미국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는1949년에 출시된 올즈모빌 로켓 88을 최초의 머슬카로 보는 것이 대세예요. 5.0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대비기량 엔진으로 1950년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에 출전하여 여러 경기를 우승했다고 하죠. 이어서 1955년에는 5.4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크라이슬러 C-300 등이 출시하는 등 1950년대는 머슬카의 태동기라고 부를 수 있었어요.
머슬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점은 1964년경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 앤 드라이버’에서 폰티악 GTO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초로 사용된 용어였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이 폰티악 GTO는 자사의 중형 세단 템페스트(Tempest)에 6.4리터 V8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로, 지금까지도 미국의 대표적인 머슬카 중 하나로 손꼽혀요.
한편, 비슷한 시기에 포드에서도 고출력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출시했는데요. 그것이 바로 포드 머스탱이에요. 폰티악 GTO가 중형 세단의 고성능 트림으로 출시됐다면, 포드는 자사의 평범한 소형 세단 팰콘(Falcon)의 차체에 고출력 엔진을 탑재하고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젊은 스타일로 멋있게 다듬은 차량이었죠. 그리고 폰티악 GTO와는 다르게 머스탱은 2.8리터 직렬 6기통부터 4.7리터 V8엔진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마련돼 있었어요.
이 차는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는데요, 미국에서 출시 후 18개월 만에 1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하죠. 포드 머스탱의 대성공을 목격한 미국 완성차 업체는 너도나도 소형 차체에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출시하게 돼요.
이러한 후발주자의 차량들을 포드 머스탱의 ‘말(Pony)’ 엠블럼에 빗대어 ‘포니카’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면, 머슬카와 포니카를 차체의 크기와 배기량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차량에 따라 그 경계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어요. 머스탱의 경쟁 차종이 포니카가 아닌 머슬카의 범주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5.8리터부터 무려 7.0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머스탱 마하 1은 머슬카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어느 한 차량이 머슬카와 포니카 중 확실히 어떤 범주에 속해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봐요.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차종을 ‘머슬카’라는 단어로 통일해서 사용할게요.
확실한 사실은 이러한 차량에 대한 미국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거예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머슬카 전성기는 1970년대까지 이어 갔어요, 평범한 자동차를 넘어서 고출력 대배기량을 장착한 스포츠 쿠페들이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며, 그 시절 거친 미국의 도로를 횡단하고 휩쓸게 됐죠.
하지만 1973년에 시작된 석유 파동으로 인하여 기름값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는데요. 연료 효율이 처참했던 머슬카는 점차 시장에서 외면받게 되었죠.
석유 파동 이후 미국의 완성차 업체는 후륜구동에서 전륜구동으로, 고배기량에서 저배기량 위주의 차량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 여파로 일부 머슬카는 무려 전륜구동으로 변경되기도 하고, 아예 그 명맥이 끊어지는 경우도 발생했어요. 그나마 살아남은 차종도 그 모습이 과거와는 매우 다르게 변해 버렸죠.
그러다 2000년대 초중반, 포드에서 출시한 5세대 머스탱이 1세대의 이미지를 계승한 레트로 룩으로 각광받으면서 머슬카 시장은 다시 한번 활기를 띠어요. 연이어 GM에서는 쉐보레 카마로를, 크라이슬러에서는 닷지 챌린저를 레트로 디자인으로 선보이면서 그 시절 머슬카를 기다렸던 대중의 호평을 받았어요.
머스탱의 영원한 라이벌
카마로의 퇴장 👋
포드 머스탱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머슬카로는 쉐보레 카마로가 아닐까 해요. 카마로는 2002년 4세대 모델이 단종되어 그 명맥이 끊겼는데요. 2006년 5세대 콘셉트가 공개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죠. 2005년 공개된 포드 머스탱과 같이 레트로 스타일로 회귀한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어요. 이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이상엽 부사장이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콘셉트카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등장하는 범블비 자동차이기도 해요.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인지도를 쌓은 바 있죠. 인기에 힘입어 2009년 마침내 카마로 5세대가 양산되면서 약 7여년 만에 다시 쉐보레 머슬카의 명맥을 잇기 시작했어요.
공개된 카마로 5세대 콘셉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마로는 머스탱의 경쟁차종으로 출시된 차량이에요. 머스탱의 레트로 디자인을 의식한 것 같은 느낌을 여실하게 전달하는데요.
이는 긴 시간 이어져 온 라이벌 구도이기도 해요. 1964년 머스탱이 출시된 이후 수많은 머슬카들이 시장에서 쏟아져 나왔어요. 머스탱과 동일하게 소형 자동차 차체를 기반으로 고출력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쉐보레 카마로는 1966년 9월 처음 출시됐죠. 3.8리터 직렬 6기통 엔진부터 7.0리터 V8 엔진까지 다양한 엔진 옵션을 갖춘 카마로는 그 완성도가 훌륭하여 머스탱의 라이벌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1964년 1세대 머스탱 출시 이후 약 10여 년 동안 세대 교체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쉐보레는 1966년 1세대 출시 이후 단 4년 만인 1970년에 카마로 2세대를 출시했어요. 전 세대 대비 전고는 낮아지고, 전장과 폭은 더 커진 형태로 등장했는데요.
1974년, 늦게나마 등장한 머스탱 2세대에는 느닷없이 유럽형 디자인이 적용되어 그 강렬함이 사라지면서 카마로의 판매량이 머스탱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발생했었어요. 머스탱의 성공을 쫓고자 제작한 후발주자가 마침내 정말로 역전에 성공한 것이죠.
하지만 이 시기는 이미 석유 파동으로 머슬카 시장 자체가 쇠퇴하기 시작했던 때로, 마냥 즐거운 상황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침체기를 걷던 카마로는 앞서 말했듯 21세기 초반 5세대 콘셉트를 시작으로 다시 부활에 성공했어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큰 인지도를 쌓아 둔 카마로는 2016년 호평받은 레트로 디자인에 기반해, 더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다듬어 한 번 더 풀체인지 되었죠. 카마로 6세대는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를 장착한 엔트리 모델에서부터 머슬카다운 6.2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어요.
하지만 경쟁 차종인 머스탱과 챌린저 대비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쿠페 시장 자체도 축소되고 있어 결국 쉐보레는 후속 모델 없이 2024년 1월부로 카마로의 단종을 예고했어요.
포드가 머스탱이라는 브랜드로 활용하여 전기 SUV를 만들고, 닷지는 전기 머슬카를 준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쉐보레는 아직까지 카마로 단종 이후의 계획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어 그 미래가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에요.
상남자(?) 브랜드 💪
닷지의 우렁찬 미래
현재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닷지의 경우 1960년대 중후반 차저 및 챌린저로 머슬카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두 차종 모두 80년대에 단종되었으나 머스탱과 카마로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중반 부활했죠.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두 차종 모두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나 차저는 4도어 세단으로 변경되고, 챌린저만 2도어 쿠페의 형태를 유지한 채 출시됐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오늘날 두 차종 중 챌린저가 머슬카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챌린저의 경우 머스탱과 카마로와 다르게 레트로 스타일로 재해석한 모습이 아니라, 그 당시 챌린저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정통 머슬카의 본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게다가 상남자의 자동차답게 부활 후 내놓은 첫 해에는 V8 엔진만 장착된 채 판매되었다고 해요.
챌린저는 2023년을 마지막으로 차저와 함께 단종이 결정되었어요. 그리고 최근 닷지는 단종에 앞서 무려 1천 마력이 넘는 한정판 모델, 챌린저 SRT 데몬 170을 공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죠.
6.2리터 V8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최고출력 1,025마력, 최대토크 130.6kgm의 힘을 뿜어내는 괴물과도 같은 차예요. 각진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초고출력 엔진으로 단 1.66초 만에 100km/h 도달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단종에 앞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머슬카를 만들겠다는 닷지의 신념이 깃든 한정판 모델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차는 3,300대만 한정 생산된다고 해요.
닷지 또한 쉐보레와 마찬가지로 현행 머슬카 라인업을 정리하고 있으나 약간의 다른 점이 존재해요. 닷지는 이미 2년 전인 2021년, 세계 최초의 순수 전기 머슬카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죠. 쉐보레가 아직까지 카마로 혹은 후속 머슬카에 대한 없는 반면에 닷지는 작년에 이미 전기 머슬카 콘셉트, ‘차저 데이토나 SRT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머슬카에 장착된 고배기량 엔진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하여 126데시벨의 가상의 배기음을 구현한다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죠. 닷지의 첫 번째 순수 전기 머슬카의 출시 예정일은 2024년으로, 앞으로 1년 정도 남은 상황. 머슬카의 우렁찬 소리와 같이 닷지 머슬카의 미래도 우렁찰지 기대가 돼요.
☝ 머슬카는 미국 부흥기를 거쳐, 미국의 대표적인 차종으로 알려져 있어요.
✌️ 머스탱과 함께 라이벌 자리를 지키던 카마로, 챌린저가 모두 단종 소식을 전했는데요.
👌 머슬카는 또 어떻게 변화되어 전기차 시대를 달릴지 궁금해져요.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점점 더 고출력 대배기량의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머슬카를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이미 쉐보레와 닷지는 자사의 머슬카의 단종을 예고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내연기관 엔진 대비 토크가 차고 넘치는 전기 모터는 오히려 차세대 머슬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제격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닷지가 2024년에 보여 줄 전기 머슬카를 시작으로, 고용량 배터리와 고출력 모터를 장착한 전기 괴물이 미국 시장을 휩쓸 것 같은 이 느낌… 과연 첫차 에디터만의 착각일까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carandd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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