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SOOP)이 지난해 그간 성과를 내지 못했던 '아픈 손가락'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광고 중심의 새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수익성이 낮은 해외 법인과 비핵심 사업체의 장부가를 0원으로 처리하는 대규모 부실 정리를 단행하는 동시에 디지털 광고 대행사 플레이디를 인수하며 수익 구조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다.
숲은 이를 통해 별풍선(숲의 후원형 기부 시스템) 등 플랫폼 매출에 지나치게 쏠려 있던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데이터와 광고 역량을 결합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체적 실행에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5억원 총 손상차손의 결단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숲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과감한 손실 처리다.
2025년 중 숲의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해 인식한 손상차손은 총 105억원 수준이다. 숲티비 관련 손상차손 환입 17억원이 반영되면서 2025년 말 기준 순손상 인식액은 88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실제 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아져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를 손실로 확정 지어 반영하는 회계 처리다. 손상차손 환입은 과거에 손상 처리했던 자산의 가치가 회복됐을 때 이를 다시 이익으로 되돌리는 회계 처리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한때 기대를 모았던 해외 법인들이 줄줄이 장부상 가치 0원의 법인이 됐다. 태국 법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숲은 2025년 중에도 이 법인에 28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으나 기존 장부가를 포함한 투자금 전액을 손상 처리해 연말 장부가가 0원이 됐다. 미국과 홍콩 법인 역시 각각 7억원과 8억원의 장부가를 모두 털어내며 해외 직진출 사업의 부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리 대상은 해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PC방 프랜차이즈 사업인 아프리카오픈스튜디오(7억원)와 메타버스 관련 법인인 프리메타 역시 2025년 중 추가 투입분 20억원이 전액 손상 처리되며 연말 장부가가 0원으로 책정됐다. 단순히 회계상 숫자를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메타는 해산 등기를 마쳤다.

이는 성과가 미비하거나 미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 사업체를 빠르게 정리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장기간 플랫폼의 군살로 작용했던 비핵심 법인들을 과감히 털어냄으로써 자본의 효율적 재배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는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면 즉시 반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재무 건전성 확보와 내실 경영에 주력했다.
숲 관계자는 "2025년에는 글로벌 사업 전반을 중장기 수익성과 전략 적합성 관점에서 재점검했고 향후 실질적인 사업 기여도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해외·비핵심 법인 관련 손상을 일괄 반영했다"며 "태국 법인과 프리메타 역시 투자 이후 시장 환경 변화와 사업 성과, 본사 전략과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결과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보수적으로 가치 평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해외 사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지역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확인된 지역에는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디 인수로 당긴 광고 축
부실을 털어낸 자리는 735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채워졌다. 숲은 2025년 4월 플레이디 지분 70.38%를 인수하며 광고 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격상시켰다. 플레이디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데이터 분석 및 대행 역량을 갖춘 업체다.
숲은 플랫폼 내 광고 지면을 단순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플레이디의 전문성을 결합해 대행 및 커머스 영역까지 수익원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광고와 콘텐츠형 광고, 광고 대행 사업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실적 지표에서 즉각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숲의 전체 매출은 4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플랫폼 매출 비중은 79.0%에서 70.9%로 낮아진 반면 광고 및 콘텐츠 제작 매출 비중은 19.8%에서 27.6%로 7.8%p 상승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17억원 수준이던 광고 매출이 1년 만에 1288억원으로 늘었다.
숲 관계자는 플레이디 인수와 관련해 "2026년 회사의 광고 사업의 핵심 목표는 안정적인 수익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 사업 구조 안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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