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정신 차리냐”…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환자들 폭발
‘흔들림 없는’ 전국 주요 병원 전공의들
환자 “고집도 적당히 피울 줄 알아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병원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와 사법절차를 예고한 시한이 다가왔지만 전국 수련병원 대부분에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미미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3일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수만 명의 의사들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환자들 사이에선 ‘사람이 죽어야 정신차리는 것이냐’ 등 의사에 대한 거센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앞서 정부는 3·1절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구제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을 맡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일 방송에 출연해 “3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면서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각종 행정 처분, 그다음에 필요하다면 사법적 처벌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빅5’로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는 전공의 복귀 흐름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 100개 수련병원 기준으로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총 565명(전체 1만3000여명 대비 4.3%)이다. 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한 간호사도 “전공의들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은 바 없다”며 “정부가 강하게 나와도 전공의들은 (병원에) 나오지 않고 계속 버티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 암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의사가 환자를 나몰라라하고 병원을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고집도 적당히 피울 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좋은 말 할 때 돌아왔어야 했다”라고 분개했다.
복용하고 있는 약에 부작용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 이날 채혈실을 찾았다는 80대 환자의 보호자 A씨는 “사람 여럿 죽어나야 (의사들이) 정신 차리겠느냐. 아니, 그때 가서도 미래 의료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둥 떠들며 병원에 돌아올 생각을 안 할 지도 모른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암센터에 온 50대 B씨는 “의사들도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본다. 환자들은 잘못 한 게 없지 않느냐”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이 의사들에 갖는 배신감의 크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C씨도 “국민들이 의사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을 의사가 자초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B씨의 말을 거들었다.
전공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환자도 있었다. 핵의학과로 향하던 한 환자는 “우리가 전공의들 더러 돌아와달라 백날 외쳐봤자 소용 없다”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공의들이 적어도 3월 되기 전에는 병원에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달 넘어오면서 내 믿음이 잘못된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3/04/ned/20240304094550781xxvw.jpg)
전공의의 복귀가 요원하자 병원들은 교수와 전임의 등을 활용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최대한 가동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3일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서울성모병원은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아예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존보다 수술과 진료가 줄어들고, 환자들의 대기 시간도 2∼3배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날 의료계에 따르면 각 대형병원들은 전공의의 업무 공백이 길어지자, 수술과 진료를 최대 50%까지 줄이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현장에 나가 채증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확인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처분에 들어갈 예정이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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