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하이텍이 소액주주연대의 반대에 무산됐던 물적분할을 다시 진행한다. DB하이텍은 이번 물적분할 추진 배경이 오롯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7일 이사회를 열고 브랜드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분할 후 존속회사는 DB하이텍으로 유지되며, 신설회사는 DB팹리스(가칭)라는 이름으로 반도체 설계 사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분할기일은 2023년 5월 2일이다.
DB하이텍과 같은 종합반도체기업의 경우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파운드리 업체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로부터 반도체 설계를 위탁받아 생산을 한다. 그러나 팹리스 사업까지 보유한 DB하이텍은 기술 유출 우려로 인해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렵다. 그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황규철 전 전무를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말 황 전 전무를 브랜드사업부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고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를 출범시켰다. 분사를 위한 사전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장사의 기업분할 안건은 주주에게 매우 민감하다. 기업분할의 형태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새롭게 설립되는 회사의 주주 구성비율이 기존회사와 같다. 가령 A 회사가 인적분할로 B 회사를 만들었다면, A 회사의 지분구조가 B 회사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분할 방식으로 꼽힌다.
물적분할은 A 회사가 신설회사 B의 지분율을 100% 보유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가 A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B 회사의 지분율로 이어지지 않는다. 회사는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지만, 주주는 신설회사의 주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를 쪼개서 상장하게 된다면, 떼어낸 가치만큼 주주들의 가치가 손실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 이슈는 주가에 지속적인 '악재'로 꼽힌다. DB하이텍이 지난해 9월 물적분할 추진 당시에도 소액주주연대의 반발에 부딪혀 안건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DB하이텍은 물적분할 배경에 대해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되어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고,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설법인의 경우도 반도체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우수한 파운드리 역량을 갖춘 DB하이텍을 모회사로 둠으로써 안정적인 파운드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은 팹리스 시장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신설법인을 상장하지 않고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겠단 계획을 밝혔다. 지난 9월 물적분할을 추진하던 당시에는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표되면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먼저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계획이다. 회사는 “분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으며, 과거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일반주주들의 권익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한 DB하이텍은 지난 달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3배 가량인 1300원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이날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대상으로 3월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예정가격은 4만6480원이다. 다만 DB하이텍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만료시점을 기준으로 금액이 1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분할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매수예정가를 고려하면 322만7195주(7.27%) 이상 물량의 반대가 나오면 DB하이텍이 분할 결정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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