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뭘 할 수 있는데?”…피의전쟁 밀어부치는 이스라엘의 ‘뒷배’는
美민주·공화 모두 친이스라엘
중동전쟁 확전 우려 커져도
이스라엘 군사행동 억제 못해
유대계 자금 기반 로비단체
선거판 흔들며 당락 가르고
워싱턴에 막대한 영향 미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년 전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이스라엘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동시에 확전 자제와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적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왕좌를 거머쥔다면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에 더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 1기 시절에 이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고,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이처럼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따져볼 수 있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략적 동맹 관계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은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과 안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정체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스라엘 개인과 단체가 미국 정부와 정치계에 퍼붓고 있는 막강한 로비의 힘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의 국제문제 교수가 공동 저술한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원제: The Israel Lobby)는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복잡한 관계를 분석한 중요한 저작이다. 주저자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금기를 깨고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에 편파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는가. 심지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해치는 방향인데도 말이다.
실마리는 바로 로비 단체에 있다.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지지하고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이스라엘 로비라고 정의한다. 이스라엘 로비는 다른 종류의 로비를 압도한다. 어떤 로비도 미국을 국익에 어긋나는 정책으로 몰고 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로비의 핵심 단체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꼽을 수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워싱턴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AIPAC의 지원을 받은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의원 중 절반 이상인 250~300명이 AIPAC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정도다.
은밀하면서도 긴밀한 로비는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꽃을 피웠다. 이 때 유대인의 부와 영향력이 폭증하고 케네디와 존슨은 많은 유대인을 자문위원, 기부자, 사적인 친구로 두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 후 로비단체의 규모, 재력, 영향력은 급신장을 보였다. 전쟁 발발 전 이스라엘 정부는 워싱턴에 있는 대사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존슨 행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대중의 분위기를 이끌되, 우리가 대중 캠페인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 실제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미국인들은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고, 신문에 글을 쓰고, 전보를 치고, 대중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 로비는 급격히 우익으로 기울고 있다. 기독교 우파운동인 크리스천 시온주의자들도 로비에 가담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한 크리스천연합(CUFI)’은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이스라엘에 100만달러 역대급 기부금을 보내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적극 응원하고 나섰다. 시온주의는 유대인의 고향인 이스라엘 땅(시온)에 대한 귀환과 회복을 목표로 하는 민족적 운동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07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하지만 미국 중동 정책의 현실은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나 개선은 없다. 지금의 미국 대선 판도를 이해하는데도 또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지 예측하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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