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나만의 길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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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주어진 길이 있다.
계획되었거나 그렇지 않을지라도 길을 가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길은 노래한다.
갔다가 돌아오고 왔다가 또 가본다, 라고, 쉼 없이 오가나 매번 다른 걸음걸음이었고, 날마다 거듭 오가니 어느 날 그것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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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길 / 김영희
갔다가 돌아오고 왔다가 또 가보고/ 쉼 없이 오가나 매번 다른 걸음걸음/ 날마다 거듭 오가니 어느 날 길이 되네// 이 길을 가는 이유 저 길로 도는 까닭/ 발길 좇아 오가지만 걸음마다 다른 의미/ 이어진 발자국 자취 남다른 내가 되네
『모서리도 별이 되네』(만인사, 2023)
누구에게나 주어진 길이 있다. 계획되었거나 그렇지 않을지라도 길을 가게 마련이다.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니어서 가는 도중에 고초를 겪기도 하고 환희의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만의 길」은 노래한다. 갔다가 돌아오고 왔다가 또 가본다, 라고, 쉼 없이 오가나 매번 다른 걸음걸음이었고, 날마다 거듭 오가니 어느 날 그것이 길이 된다. 스스로 길을 닦은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가는 이유 저 길로 도는 까닭을 잠시 생각해본다. 발길 좇아 오가지만 걸음마다 다른 의미다. 그런 모든 행보 끝에 이어진 발자국 자취로 말미암아 남다른 내가 된 것을 화자는 발견한다. 하여 그 모든 여정이 참으로 소중한 것을 절감한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길이다. 내가 가꾼 길이다. 내가 이룩한 길이다. 나만의 살아있는 역사다. 돌아보면 참으로 뿌듯할 것이다. 신산의 세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만하지 않는가? 그런 정서를 「나만의 길」은 잔잔히 풀어내고 있다. 「모으고, 불러들이고」를 보자.
뾰족한 자석 끝은 쇳가루를 모으고/ 신선한 튀는 발상 뭇시선을 모으고/ 아슬한 피뢰침 끝은 하늘 불을 모으고// 햇살은 가린 뒤태 그늘을 불러들이고/ 평화는 풀린 경계 방심을 불러들이고/ 먹이는 발 빠른 소문 경쟁을 불러들이고.
인생은 마치 모으고 불러들이고와 같다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첫 번째 모으고의 이미지는 자석과 쇳가루, 튀는 발상과 뭇시선, 피뢰침 끝과 하늘 불이 묘한 접점을 이루며 주제를 집중적으로 구현한다. 두 번째 불러들이고는 햇살은 그늘을, 평화는 방심을, 먹이는 발 빠른 소문 경쟁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밖에도 불러들이는 경우는 허다히 많을 것이다. 이렇듯 김영희 시인은 오랜 숙고 끝에 그 누구도 쓰지 않은 대상을 포착하여 두 수의 시조로 깔끔하게 직조하고 있다. 참신한 발상이다.
2023년에 첫 시조집 「모서리도 별이 되네」를 펴낸 김영희 시인은 대구 출생으로 2022년 『시조미학』으로 등단했고, 약학박사이기도 하다. 늦깎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진솔한 창작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는 쓰고 싶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전공의 깊이가 배어나는 과학적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여 주목을 끌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의 길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이제 두 번째 시조집을 준비 중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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