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 회사 샤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나?

소니에 이어 샤프가 전기차 사업 진출에 희망을 내비쳤다. 폭스콘과 함께 샤프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전자 기술을 대거 동원한 콘셉트카, LDK+를 소개했다.


전동화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면서 이 시장이 새로운 진입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테슬라인데, 사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는 장벽이 매우 높아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소규모 공방 형태로 연간 수백 대가량의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순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중을 위한 자동차 생산은 엄청난 규모의 설비 투자와 인력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누군가 새로 이 시장에 진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전동화가 되면서 과거 엔진처럼 복잡한 동력 기관을 만들지 않아도 됐고,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복잡한 구조 설계도 필요치 않게 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신규 진입자 만큼이나 색다른 상황은 바로 이종 산업 기업의 진출이다. 물론 아직 뚜렷한 행보를 보인 기업은 없지만 예를 들어 LG가 마그나를 인수하고 삼성이 하만을 인수해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행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꿈을 품은 기업도 있으니 바로 소니였다. 소니는 몇 해전 자신들만의 콘셉트카를 내놓으면서 전장 및 카 엔터테인먼트의 볼륨을 키우는 듯 보였으나 최근 그들의 의도가 바뀌었다는 걸 스스로 전했다. 다름 아닌 직접 자동차 생산, 판매에 나서겠다는 거다. 이 역시 과거 내연기관 시대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겠지만, 전동화 시대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업이 가세했다. 이번에도 일본 출신의 전자기업으로 다름 아닌 샤프다. 사실 샤프는 현재 대만의 폭스콘에 완전히 인수된 상태로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 기업이 됐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도 일본 내수 시장에 TV를 비롯해 가전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엄연한 전자회사다.

이들은 최근 하나의 콘셉트카를 발표했는데, 우선 기본적인 형태는 미니밴으로 보인다. 마치 식빵을 보는 것 같은 전형적인 아시아 스타일의 미니밴이다. 이 콘셉트카의 이름은 LDK+로 다분히 일본스럽다. (LDK는 리빙, 다이닝, 키친의 약자이며 이는 일본 주택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거실, 주방, 다이닝에 방이 2개라면 2LDK라고 표기한다.) 이름에 걸맞게 내부는 마치 거실의 연장 공간처럼 보인다. 뒷유리창이 있어야 할 곳에는 65인치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앞에는 탁자와 함께 내부는 꽤 부드러워 보이는 소재로 감쌌다.

또한 탁자 앞에는 디스플레이와 마주하는 벤치 타입의 시트가 마련되어 있으며,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 조명, 온도 컨트롤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전했다. 지붕에는 한때 샤프가 새로운 활로로 모색했던 태양광 패널이 장착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수집한 에너지를 바닥에 자리한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비상시 전력 그리드로 활용할 것이라 전했다. 재해, 재난이 많은 일본의 환경을 감안했을 때 실제로 출시한다면 이와 같은 용도로 꽤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자동차로서의 동력 성능 특성을 비롯해 양산 가능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 콘셉트카가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제안인지 아니면 전장사업을 위한 제안인지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전자 쪽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이유는 샤프의 지분 66%를 보유한 대만 폭스콘이 이미 폭스트론이라는 전기차 사업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차체는 폭스콘이 만들고 콘셉트카에 소개한 전자 기술은 샤프가 공급하는 식이라면 얼마든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샤프는 이미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비록 기업 존망이 위태로웠지만) 브랜드이므로 소니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로서 시장 진출을 함에 있어 완전히 신생 브랜드보다는 그나마 유리한 편이다. 적어도 일본 내에서는 샤프가 전기차를 만든다면 관심을 가질 고객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에서 판매할 경우 이들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일본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전기차 수용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전기차 인프라는 어느 정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초고속, 급속 충전 설비의 숫자는 턱없이 모자라며, 따라서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 브랜드들이 일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소니나 샤프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을 순 있겠으나 당분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합작으로 새로운 전기차가 나온다면 중국을 비롯해 이미 샤프를 알고 있는 나라에서는 나름 호의적일 것이라 예상된다. 게다가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 생산을 통해 제조 기술과 대량 생산 능력을 이미 인정받은 바 있어 자동차 생산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향후 10년 내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 하며, 만약 이들의 시장 진출이 성공적일 경우 다른 산업군이 이 시장으로 뛰어드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