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돈 출처 안 밝힌다… 송파 창고 68억 도난 사건 미스터리

안준현 기자 2024. 10. 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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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범인은 무인 창고 관리자
6시간 동안 현금 빼돌리고
“날 모른척 해라” 쪽지 남겨
모친과 피해자 지인도 연루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의 한 무인 창고에서 임차인(피해자)이 보관한 현금을 훔친 4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범행에는 A씨뿐 아니라 A씨의 60대 모친, 또 피해자의 지인도 연루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곧 압수한 현금의 출처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40대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가 갖고 있던 현금 40억1천700만원을 전부 압수한 모습. /연합뉴스

◇잠실→수원→부천으로 바뀐 현금의 행방…범죄의 재구성

범행을 저지른 A씨는 2023년 5월부터 이 무인 창고의 중간 관리자로 일해왔다. 창고의 보안과 기획, 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경찰에 “우연히 업무 차 창고에 들어갔다가 돈이 담긴 캐리어를 봤다”고 밝혔다. 조금 열린 캐리어 속 가득 담긴 현찰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창고 관리자로 일하고 있어 모든 창고의 문을 여는 마스터 번호도 알고 있었다.

A씨는 지난 9월 8일 이 창고에 들어갔다. 범행 전 사전 답사 차원이다. 범행 날짜는 답사 4일 후인 12일. A씨는 이날 오후 7시 4분 창고에 들어가 다음 날 오전 1시 21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캐리어 속 돈을 담았다.

이 돈은 바로 이 창고에서 반출되지 않고, 대신 무인 창고 내에 있는 A씨 부인 소유의 개인 창고로 들어갔다. 3일 후인 15일 A씨는 이 돈을 카트에 담은 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자신의 자택으로 옮겼다. 그 사이 A씨는 창고가 있는 골목과 엘리베이터에 있는 CCTV의 전기 코드를 뽑아 전원을 끄기도 했다.

A씨는 27일 자신의 모친이 마련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한 창고로 이 돈을 옮겼다. 이 창고는 원래 건물 내 화장실로 쓰이던 공간이라고 한다. A씨는 그 사이 이 돈 중 약 9200만원을 본인의 빚을 갚는데 쓰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집 근처 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다음 날 자정 쯤 돈이 보관돼있는 곳으로 가서 약 40억1700만원을 압수했다. 캐리어 안에는 여러 옷가지가 돈을 감싸고 있었다. 구속된 A씨는 11일 오전 검찰에 야간방실침입절도, 업무방해, 기물파손 혐의로 송치될 예정이다. A씨의 모친도 장물죄(불법으로 얻은 타인의 재물을 운반 또는 보관하는 죄)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수십억원 현금을 훔쳐 달아난 직원 40대 남성 A 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 신고 금액은 68억원에 이른다. /송파경찰서

◇갑자기 등장한 피해자의 지인…9월 8일에 무슨 일이?

경찰은 사건 직후 한 30대 여성 B씨를 입건했다. 이 여성은 임차인(피해자)의 지인으로, 처음 돈이 도난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피해자에게 알린 이기도 하다.

B씨는 지난달 5일과 8일, 두 차례에 거쳐 ‘돈을 갖고 오라’는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이 창고를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범행이 발생한 후인 9월 26일, 피해자가 또 다시 B씨에게 돈을 갖고 오라는 지시를 했다. 그러나 돈이 담겨 있어야 하는 캐리어에는 돈 대신 A4용지에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B씨는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렸고, 피해자는 다음 날 경찰 신고를 했다.

경찰은 B씨도 A씨와 공범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 모두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답했으나, 두 사람 모두 같은 날 이 창고에 출입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달 8일로, A씨가 ‘범행 전 답사’를 위해 출입한 뒤, 1시간 40분 후 B씨가 이 창고에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B씨의 진술도 엇갈려 공범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신고액은 68억, 피의자는 “45억만 훔쳤다”…정체불명의 현금 출처

피해 신고액도 달랐다. 피해자는 “이 창고에 68억원을 보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이를 입증할 사진이나 영상은 없다. 한편 피의자 A씨는 “45억 정도만 훔쳤다”며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처럼 68억원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나머지 23억원이 은닉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이 현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또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할 뿐, 그 외에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의 재산인지, 또 사업 자금인지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와 B씨의 관계도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그저 지인 정도로만 보시면 된다”고 했다.

압수한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 경찰은 “피해금 출처는 계속 확인 중에 있다”며 “이번 절도건과 관련해 집중 수사 중이며, 수사가 끝나면 이 피해금의 출처가 범죄 수익금인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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