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식주의자들 이렇게 많았나…인쇄소 24시간 풀가동, 단군이래 최대 호황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0. 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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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도 없어요. 더 비싼 종이까지 동원해 인쇄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보통 포장된 책은 출판사 물류 창고에 먼저 보내지만 재고가 동난 상황이라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대형 서점으로 곧바로 배송한다는 얘기다.

파주출판단지 내 대형 인쇄소 영신사는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흰' 등 한강 책 7종을 찍고 있다.

그는 "최근 10년간 종이책 수요가 줄어 폐업한 곳도 많은데 이런 열기가 금방 꺼지지 않고 전국민적인 독서 열풍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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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특수에 출판계 ‘즐거운 비명’
“일요일 근무는 올해 처음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길 바래”
한강 ‘채식주의자’ 초판 사인본
중고시장서 500만원 호가 등장
13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인쇄공장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인쇄·제본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종이도 없어요. 더 비싼 종이까지 동원해 인쇄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9시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인근 천광인쇄소 1공장. 멀리서도 “촥촥촥촥” 기계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이곳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비상 특근 근무로 전환했다. 한강의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 인쇄·제본 작업을 위해 10여명 직원 전부가 일요일 아침부터 출근했다.

30년 경력의 천대근 부장은 인쇄기 앞에 작업 계획표를 가리키며 “이틀 만에 23·25쇄인 5만부를 찍고, 27쇄인 2만5000부를 지금 찍고 있다”며 “주말까지 인쇄기를 24시간 풀가동한 일은 거의 없던 일”이라며 감격했다. 통상 1쇄에 5000부를 찍는 것도 드문 일인데, 한 번에 5배 물량인 2만5000부를 찍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찬 바람 불던 파주 출판·인쇄 단지가 노벨상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영문화사도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작별하지 않는다’ 7만5000부를 주문받았다. 엄재근 한영문화사 부장은 “단군 이래 이렇게 단기간에 물량이 쏟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토요일은 더러 일했지만 일요일 근무는 아주 아주 드문 일이다. 노벨상 받았으니까 한다”며 활짝 웃었다. 한 곳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파주 인쇄소 10여군데서 수십만 권의 물량을 나눠 찍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학동네는 증쇄된 책에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최신작’이라는 띠지를 둘러 14일부터 서점에 깐다. 엄 부장은 “오늘 2만부 책을 완성해 내일 아침 교보문고에 6000부, 예스24에 1만부, 쿠팡에 3000부, 영풍문고에 900부를 직배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통 포장된 책은 출판사 물류 창고에 먼저 보내지만 재고가 동난 상황이라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대형 서점으로 곧바로 배송한다는 얘기다.

파주출판단지 내 대형 인쇄소 영신사는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흰’ 등 한강 책 7종을 찍고 있다. 최병덕 전무는 “어제는 150명이 모두 출근했다. 주말 특근비를 생각하면 남지 않은 일이지만 국가적인 경사인데다 거래처 요청으로 기꺼이 모든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종이책 수요가 줄어 폐업한 곳도 많은데 이런 열기가 금방 꺼지지 않고 전국민적인 독서 열풍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강 책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온라인 중고 시장에선 한강 책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네이버 중고나라에선 ‘소년이 온다’가 20만원에 거래됐다는 글이 게시됐으며, 알라딘 중고서점에선 ‘채식주의자’ 2007년 초판 저자 사인본이 무려 ‘500만원’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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