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 나올까?

정부가 6000억 원 규모의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K-콘텐츠가 핵심 수출산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제작비 급증과 지식재산(IP)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산업계에 어려움이 따르자 민관합동으로 펀드를 만들어 지원에 나선 것인데요. 전략펀드 조성은 세계적인 콘텐츠 IP 보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IP 보유한 글로벌 대작 만들자!
6000억 규모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출범
정부가 지식재산(IP)을 갖춘 대형 K-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K-콘텐츠 미디어 전략 펀드’ 조성에 나선다. 사진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2일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이하 전략펀드)’ 조성 및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식에는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CJ ENM, 한국방송공사(KBS), 중앙그룹 컨소시엄, KT, SK브로드밴드, LG U+ 등 콘텐츠·미디어그룹이 참여했습니다. 11개 기관은 앞으로 전략펀드 출자를 비롯해 정책 및 산업 자문, 출자사업 등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스튜디오 슬램이 제작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진 넷플릭스
제2의 ‘오징어 게임’ 만들되 IP 문제 해결해야

정부는 운용 제한이 없는 민간 중심 펀드를 조성해 대형 콘텐츠 제작 지원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이 같은 구상의 배경에는 자본력이 곧 콘텐츠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현실이 자리합니다. 2022년 K-콘텐츠의 평균 제작비를 살펴보면 상업영화는 124억 6000만 원, 이른바 텐트폴 작품(흥행이 확실시되는 거대 상업영화)은 400억 원대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높은 리스크로 자금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연간 2조 9000억 원(2023년 기준)에 이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콘텐츠 분야 지원을 위한 기존의 모태펀드만으로는 대규모 자본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체부 콘텐츠금융지원과 진재영 과장은 “기존 모태펀드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한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데다가 개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액이 평균 8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1000억 원짜리 글로벌 OTT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펀드는 대기업에 투자가 가능하고 대규모 투자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IP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전략펀드의 탄생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의 투자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제작사가 IP를 확보하지 못하는 ‘매절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플랫폼이 제작자(사)에 제작비를 대주는 대신 이후 저작물을 이용해 얻은 추가적인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작자가 해외 판매나 리메이크 등에 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음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국내 중소제작사는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입니다. 드라마의 세계적 흥행으로 플랫폼사인 넷플릭스는 1조 원가량의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제작사가 넷플릭스로부터 받은 제작비는 약 25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 과장은 “IP를 보유한 국내 제작사의 글로벌 대작 콘텐츠에 대한 투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전략펀드의 목적”이라며 “갈수록 글로벌 OTT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략펀드가 투입되면 국내 제작사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10월 2일 서울 중구 CLK스테이지에서 열린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조성 및 협력사업 협약식’에서 참여기관 기관장들과 함께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민간 출자 적극 유치… 연내 자펀드 결성할 것

전략펀드는 정부가 정책자금을 출자해 모펀드(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이를 위탁 운용하는 형태입니다. 모펀드 운용사는 이 자금을 운용할 여러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한 뒤 여기에 다시 출자를 하게 됩니다. 각각의 자펀드 운용사는 이 출자금에 직접 유치한 투자금을 더해 자펀드를 조성, 콘텐츠 제작사 등에 최종 투자를 하는 방식입니다.

정부의 목표는 최종 6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먼저 모펀드 목표액은 총 1500억 원입니다. 문체부에서 450억 원, 과기정통부에서 3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정부 재정 800억 원이 투입됩니다. 여기에 정책금융기관 및 콘텐츠·미디어분야 민간기업이 나머지 700억 원을 더 투자할 전망입니다. 아울러 매칭 출자액 500억 원(산업은행 200억 원+인터넷TV 3사 300억 원)을 더하고 자펀드 결성단계에서는 4000억 원을 추가로 유치한다는 목표입니다. 정부는 펀드 운용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출자금에서 손실액을 먼저 제하는 ‘정부 후순위 보강’을 통해 민간 출자를 적극 끌어들일 계획입니다.

모펀드 결성 및 운용계획 수립(10월) 이후 자펀드 출자사업 공고(11월)와 자펀드 선정 및 결성(12월)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시장 내 투자금을 신속히 공급할 방침입니다. 이후 2028년까지 5년간 정부 재정 7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총 1500억 원) 1조 원 규모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국내 콘텐츠 기업이 IP를 확보해 세계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번 업무협약이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는 데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