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가방 30만엔" 명동서 일본어 호객행위…단속 쉽지 않다?[르포]

정세진 기자, 박진호 기자 2024. 10. 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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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줄게요."

점원은 루이뷔통 모조품 가방을 보여주며 38만엔(한화 약 346만원)이라고 했다.

매장 직원은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주겠다"며 "다른 일본인 손님이 없을 때 오면 사장님과 이야기해서 20만엔(한화 약 182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했다.

A씨가 근처 또 다른 가방매장에 들어서자 점원은 가품 프라다 '미니백'을 9만5000엔(한화 약 86만원)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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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인 관광객과 명동 동행 취재…짝퉁 루이비통 가방 1개 340만원, 적발돼도 벌금 낮아
명동의 한 짝퉁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조품 가방. 루이비통 모조품 가방을 일본인을 상대로 38만엔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줄게요."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남성이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 왔냐." "남자친구 있냐." "가방 보고 가라." 라는 말을 걸며 근처 매장으로 이끌었다. 루이뷔통, 구찌, 샤넬, 셀린느, 미우미우 등 명품 가방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두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다. 'A급' 명품만을 전시한 '밀실'도 보여줬다.

명동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A급 짝퉁(모조품)'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발걸음이 끊기고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짝퉁 판매업자들이 일본인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은 20대 일본인 관광객 A씨와 함께 명동을 찾았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호텔이나 화장품 가게가 몰린 거리를 지날 때면 '호객꾼'들이 접근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에는 말을 걸지 않았다.

명동거리에서 일본어로 '가방'(かばん)이라 써 붙인 간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장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외부에는 캐리어와 한눈에 봐도 질낮은 모조품을 전시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좁은 매장 벽면에 가방과 지갑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마트에서 쓰는 접착식 종이 가격표를 명품 로고에 붙여 놓았다.

프라다 가방은 18만원, 구찌 토트백은 72만원 등 가격대도 다양하다. '짝퉁' 거래 업자들은 판매금의 80% 수준을 순수익으로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명동의 한 짝퉁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조품 가방. 이 매장은 진품과 유사한 'A급' 가품은 일본인에게만 판매한다. /사진=독자제공


일본인이 혼자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이 제시하는 '짝퉁의 질'이 달라진다. 점원은 루이뷔통 모조품 가방을 보여주며 38만엔(한화 약 346만원)이라고 했다. 매장 직원은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주겠다"며 "다른 일본인 손님이 없을 때 오면 사장님과 이야기해서 20만엔(한화 약 182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했다. 대화는 모두 유창한 일본어로 이뤄졌고 가방을 엔화로 살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근처 또 다른 가방매장에 들어서자 점원은 가품 프라다 '미니백'을 9만5000엔(한화 약 86만원)에 내놨다. 진품이라면 백화점에선 최소 160만원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A씨가 "진품인가"라고 묻자 점원은 "진품과 굉장히 비슷한 가품"이라고 답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명동에 일본인만 상대하는 비밀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호객꾼이 일본인만 (비밀 장소에) 데리고 가서 몰래 판매하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 관계자는 "유커들이 빠지고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명동 짝퉁시장이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에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비밀매장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짝퉁 중에는 진위 판정 요청 시 감정 불가를 받을 정도로 (진품과) 유사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짝퉁 판매업자들은 단속 정보를 공유하며 명동의 공실을 이용해 매장을 옮긴다"며 "업주 명의를 바꾸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비밀매장 단속을 위해선 사진과 영상 등 증거 수집이 핵심인데 압수수색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위해선 최소한의 증거가 필요해 수사 현장에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반복된다.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해도 벌금이 많아야 500만원 수준"이라며 "현물 거래를 하는 업자들 입장에서 수익에 비해 벌금이 적다 "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짝퉁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조품 가방./사진=독자제공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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