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로 떠오른 군 급식 시장, 더본코리아 '메기' 될까
지난해 민간에 개방된 군 급식 시장을 두고 대형 급식사 간 초기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더본코리아가 ‘메기’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상장을 준비 중인 더본코리아는 메뉴 개발과 운영 컨설팅 등 기존 프랜차이즈 역량을 내세워 경쟁에 참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더본코리아가 그간 급식 영역에서 보여준 이력이 부족한 만큼 향후 안정적으로 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더본코리아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올해 초 국방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군 급식 개선사업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군 급식에 적합한 조리기구와 레시피, 주방 운영체계 등을 개발하고, 내년 1월까지 이를 적용한 사업모델을 도출하는 것이 골자다. 시범부대는 7포병여단 758대대다. 더본코리아 측은 이 문서에서 “시범사업의 성과에 따라 추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본코리아가 군 급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외식 프랜차이즈와 군 급식의 사업모델이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을 통해 점주들에게 식자재를 공급하고, 정해진 레시피를 교육한 뒤 동일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처럼 군 급식 분야에서도 취사병들에게 동일한 메커니즘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더본코리아의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조리병들의 조리 평준화 및 업무강도를 경감하기 위한 조치로 푸드테크가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지난해 2월 더본코리아는 5억원을 출자해 주방자동화로봇 기업을 인수하고 쿡솔루션을 설립한 바 있다. 현재는 더본코리아 가맹점을 중심으로 쿡솔루션의 자동화로봇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연간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군 급식 시장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더본코리아가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회사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두고 불확실성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본코리아 매출 3881억원 중 3302억원(85.1%)이 가맹사업에서 나왔다.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군 급식
다만 시장 규모에 비해 사업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해부터 병영식당 위탁 운영 등이 민간 기업에 개방되면서 군 급식 시장은 성장 정체에 내몰린 기존 급식 대기업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현재 이 시장은 풀무원푸드앤컬처, 동원홈푸드, 아워홈, 삼성웰스토리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풀무원푸드앤컬처와 동원홈푸드의 양강 체제였으나, 올해부터 대기업집단 계열 급식사의 경쟁입찰 제한이 풀리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웰스토리는 올 3월 127억원 규모인 육군사관학교의 수주를 따낸 데 이어 6월에는 102억원 규모의 육군3사관학교 사업을 낙찰받았다. 아워홈은 4월 예산이 427억원에 달하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병사식당 운영권을 확보했고, 이달에는 107억원 규모의 육군 제1989부대 병영식당 운영을 수주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푸드앤컬처와 동원홈푸드 역시 올해 낙찰받은 군 급식 사업이 각각 5개, 2개로 집계됐다.
급식 대기업들이 군 급식 시장에 일제히 뛰어드는 것은 변칙적으로 결식이 발생하는 일반기업 등의 사업장과 달리 하루 세 끼 안정적인 식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 보니 식자재 공급 같은 부분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병사당 급식단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선진병영의 일환으로 부대 내 식문화 및 위생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이에 올 2월 정부는 장병 1인당 급식단가를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단체급식이 본업인 대기업들 사이에서 더본코리아의 틈새 공략이 성공할지에 대해 의문이 잇따른다. 회사가 경쟁력으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와 메뉴 개발 역량이 군 급식 시장에 적절히 적용될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더욱이 군 급식이 전투력과 직결되는 사항이라 수주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은 ‘신인’ 격인 더본코리아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급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조리 레시피가 정해져 매뉴얼화된 소수의 메뉴를 반복 제공하지만, 군 급식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며 “기존 대기업들이 노하우를 쌓아가는 상황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려면 더본코리아만의 차별화된 역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