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으면 헤어지지 않는다" 연인들 몰리는 이 거리가 있는 곳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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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마카오와의 경제 사회 통합을 추진하는 해안도시 : 주하이(珠海)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리(萬里)'였다. 만리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홍콩이 바로 곁에 선전(深圳)을 두고 있듯이, 마카오와 바로 붙어있는 도시로 주하이(珠海)가 있다. 해안 도시인 주하이에는 평소 수많은 젊은 남녀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있는데, 일명 '연인들의 해변' 또는 '연인들의 거리'라고 불리는 칭뤼루(情侶路)이다.

주하이 칭뤼루(珠海 情侣路) 해변 풍경. 출처 : 바이두

이 거리는 고운 모래의 하얀 백사장과 야자수들로 인해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도로로 길이가 55킬로미터나 된다. 1990년대 초 당시의 리펑(李鵬) 총리가 주하이를 방문하여 시찰하는 기간 중 어느 날 저녁 주하이시 당서기의 안내로 부인과 해변을 산책하였다고 한다. 총리는 당시 공사 중이던 도로를 보면서 당서기에게 도로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고 물었고, 당서기는 아직 정식 이름을 짓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총리는 자신이 지금 나이 들어서도 부인과 함께 산책하는 생각을 하고 '연인들의 거리'(情侶路)라고 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이후 그렇게 명명되었다고 한다.

주하이 칭뤼루(珠海 情侣路) 도로와 해변 풍경. 출처 : 바이두

그 후 이곳은 주하이는 물론 중국 전역의 연인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으며, 이 거리를 함께 거닐었던 연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퍼지면서 이를 믿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도 따뜻한 기온과 해풍으로 인해 이삼십 대 젊은 커플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노년 부부들도 많이 찾는다. 백사장과 도로변에서는 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신랑 신부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거리 부근에서는 주하이를 상징하는 건축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주하이 대극원(珠海大劇院)'과 '해녀 조각상(漁女像)'을 들 수 있다.

주하이 대극원(珠海大剧院) 외부 모습. 출처 : 바이두
해녀 조각상(渔女像). 출처 : 바이두

주하이 대극원은 바다 섬 위에 건설된 공연 콤플렉스 건물로 1,600석과 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극장 등 공연과 전시 시설을 내부에 갖추고 있다. 두 개의 초대형 조개를 세워놓은 독특한 형상을 하여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크기가 다른 두 조개 형상의 건물이 해와 달이 같이 서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해와 달 조개 건물(日月貝)'이라고도 불린다. 큰 건물의 높이는 90미터에 이른다. 콘서트홀 내부는 색다른 인테리어와 공간 설계, 뛰어난 음향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뉘샹(漁女像)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해녀 조각상은 1982년 유명 예술가인 판허(潘鶴)가 70여 개의 화강석을 조합하여 8.7미터 높이로 건립하였다. '진주는 조개에서 나왔고, 조개는 바다로부터 나왔다(珠生於貝, 貝生於海)'는 말이 있는데, 조각상이 위치한 도시인 주하이(珠海)를 상징하듯 어촌 여성 형상의 석상이 머리 위에 진주(珍珠)를 받쳐 들고 있다.

주하이는 광둥 특유의 전통문화, 이국적 자연 풍광, 도시 발전 등을 이유로 중국 내 영화나 드라마,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촬영지로도 각광받는다. 홍콩 영화 '독전(毒戰)'이나 '소림 축구(少林足球)', 중국 본토 드라마 '쾅뱌오(狂飇)'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가 일부 또는 상당 장면을 주하이에서 촬영하였고, 작년 중국 CCTV-1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청춘의 성(靑春之城)'은 극의 주무대가 주하이로 연인들의 거리(情侶路)도 자주 등장한다.

주하이 대극원(珠海大剧院) 내부 모습. 출처 : 바이두
드라마 청춘의 성(青春之城). 출처 : 바이두

주하이시는 광둥성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는 250만 명으로 광둥에서는 비교적 작은 규모에 속한다. 1979년에 시로 승격되었고, 1980년에는 경제특구로 지정되었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완공 이후, 마카오와 홍콩을 육로와 해로로 동시에 연결하는 지역이 되었다. 매년 '주하이 국제에어쇼(中國國際航空航天博覽會)'가 개최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주하이는 특히 광둥-홍콩-마카오의 경제, 사회의 통합을 추진하는 중국의 대형 프로젝트인 '광홍마 메가 베이(粵港澳大灣區)'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카오와의 통합 추진에 있어서는 헝친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헝친(橫琴)은 주하이(珠海) 남쪽 샹저우(香洲)에 위치한 106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섬으로 마카오에 인접하고 있으며 주하이시 소재 146개 섬 중 가장 크다. 서울 면적의 1/6 규모이나 마카오 면적의 3배에 달한다. 과거 허허벌판의 땅이 지금은 금융 및 첨단 분야의 기업들이 입주한 마천루들로 가득 들어선 지역이 되었다.

헝친(横琴) 전경. 출처 : 바이두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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