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쫓는 농심의 ‘비싼’ 추격전… 실탄 쏟아부어도 이익은 기대 이하

농심이 글로벌 K팝 아이돌 에스파와 손잡고 신라면 글로벌 캠페인 본격 전개에 나선다./사진 제공=농심

농심이 해외 매출 확대에 나섰지만 광고비 부담에 발목 잡혔다. 타임스퀘어 광고·에스파 앰배서더 등 대규모 마케팅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다. 해외 사업은 고마진이어서 영업이익률이 부진한 농심에 기회지만 선행 투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면서 당분간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분기 실적, 호조에도 시장 기대엔 '미달'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4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8901억원, 영업이익 40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99.5% 늘어난 호실적이다. 2024년 국내 소비 위축으로 하락폭이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다만 시장 기대치에 비해서는 크게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농심의 4분기 영업이익을 320억원으로 추정했다. 컨센서스 대비 34.5% 낮은 수치다. 한국투자증권도 311억원으로 예상해 컨센서스를 30% 이상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국내외 광고비와 인건비성 비용 증가를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농심은 일찍이 주력 제품인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에 특히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초 걸그룹 에스파를 신라면 브랜드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손잡고 신라면 브랜드를 확대했다. 4분기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형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당분간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농심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준비 중이다. 국내 수출전용 생산공장 신설과 물류센터 건립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부산 녹산에 짓고 있는 수출전용공장은 2026년 10월 가동 예정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진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수출 물량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까지 해외 비중 61% 목표

농심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회사가 내건 '비전2030'의 핵심은 202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30% 수준인 해외 비중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매출 목표는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은 10%다. 이를 달성하려면 연간 해외 매출 4조5000억원 안팎을 기록해야 한다.

시장은 농심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 지켜보고 있다. 선행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비용 부담만 키우는 데 그칠지가 관건이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듯 PBR(주가순자산비율) 1.1배에 머물러 있다. 삼양식품(3.5배)과 비교하면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농심의 공격적 행보에는 더 이상 경쟁사 삼양식품과의 격차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딸린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해외매출 비중은 2020년 30%에서 2024년 37%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57%에서 77%로 더 가파르게 확대됐다.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사업 중심의 성장이 이뤄진 결과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으로 농심(5% 내외)을 크게 웃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농심은 해외 확장을 본격화하며 해외 마케팅비와 시장비 집행이 증가한 바 있지만 국내 판관비 통제로 전체 판관비율은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만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추가 마케팅 지출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타임스퀘어 광고 등 지출로 예상보다 비용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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