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기적승부" 마롱 잡은 男탁구,최강中에 2대3분패...동메달 확정[부산세계탁구선수권]

전영지 2024. 2. 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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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REUTER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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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남자탁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중국과의 4강전에서 기적같은 풀매치 명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다.

장우진(28·세계14위) 임종훈(26·한국거래소·세계18위) 이상수(33·삼성생명·세계27위) 안재현(24·한국거래소·세계34위) 박규현(18·미래에셋증권·세계 179위)으로 구성된 남자탁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체전 4강에서 세계 1위 중국에 매치스코어 2대3으로 패하며 동메달을 확정지었다.

주세혁호는 전날 8강에서 복병 덴마크를 3대1로 꺾고 4강 진출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했다. 4강에서 '세계랭킹 1~5위' 판젠둥, 왕추친, 마룽, 량징쿤, 린가오위안으로 구성된 중국, 단체전 세계선수권 11연패에 도전하는 '우주 최강' 중국을 상대로 '기적' 승리를 목표삼았다.

이날 4강전 이후 남자 결승전이 열리는 25일까지 전티켓이 매진된 가운데 주말을 맞아 중국 탁구팬들이 대거 부산을 찾았다. 벡스코엔 경기 시작 전부터 "대한민국 화이팅!" "짜요짜요!" 한중 탁구 팬들의 응원전이 뜨거웠다. 벤치에선 2012년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주세혁 감독과 왕하오 감독이 지략 대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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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식에서 '톱랭커' 장우진이 '세계2위' 왕추친과 맞붙었다. 역대 전적 1승5패, 2018년 스웨덴오픈에서 한차례 승리했던 왕추친을 상대로 자신있게 맞섰다. 2-2, 네트의 행운이 따르며 3-2로 앞섰다. 첫 게임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 덴마크선에서 막혔던 백핸드 드라이브가 잇달아 작렬하며 7-4, 8-4, 9-5까지 앞서가자 장내엔 "장우진!"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11-7로 승리했다. 2게임 초반부터 왕추친이 주도권을 잡으며 장우진이 0-8까지 밀렸다. 2-11로 내줬다. 게임스코어 1-1, 3게임 장우진이 심기일전했다. 백스핀과 코스공략이 맞아들며 4-1로 앞서갔다. 4-4로 동점을 허용하자 또다시 "장우진" 우레와 같은 함성이 물결쳤다. 장우진의 밀고 당기는 수싸움, 강약 조절이 좋았다. 6-6, 7-7, 8-8, 9-9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테이블을 가르는 드라이브로 장우진이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아내자 유남규 남자대표팀 단장이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12-11에서 주 감독이 게임을 끝내기 위한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신의 한수'였다. 장우진이 듀스게임의 압박을 이겨내고 13-11로 승리했다. '절친' 정영식 KBS 해설위원이 "장우진 선수 오늘 경기력 미쳤어요"라며 극찬했다. 4게임 장우진의 기세가 이어졌다. 4-1로 앞서나갔다. 다급해진 왕하오 감독이 타임아웃을 외쳤다. "대~한민국!" 함성이 "짜요!"를 압도했다. '안방' 부산에서 한국탁구의 힘을 보여줬다. 장우진의 포어드라이브를 왕추친이 받아내지 못했다. 5-1, 장우진에게 네트의 행운이 2번 연속 따르며 왕추친이 망연자실 테이블 위로 넘어졌다. 장우진이 7-3까지 앞섰다. 장기인 파워풀한 포어드라이브로 게임포인트를 잡았고, 11-6, 게임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안방에서 꺾이진 않는 정신으로 4년 만에 다시 중국 톱랭커를 잡아낸 장우진이 뜨겁게 포효했다. 귀에 손을 갖다대는 세리머니로 홈 관중들의 환호성을 즐겼다. "오! 필승코리아"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관중들이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단식 '왼손 에이스' 임종훈이 세계 1위 판젠동과 맞섰다. '바나나플릭(치키타)' 고수들의 맞대결, 초반 판젠동의 회전 많은 서브에 고전하며 3실점했지만 정면승부했다. 포핸드 랠리싸움을 이겨내며 7-6까지 추격했다. 서브 범실을 유도하며 7-7,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판젠동의 강력한 치키타가 작렬하며 9-7, 8-11로 1게임을 내줬다. 2게임 판젠동이 경기를 주도했지만 임종훈도 멈출 뜻은 없었다. 3-5에서 포핸드톱스핀으로 승부하며 5-5까지 따라붙었고 바나나플릭으로 승부를 6-5로 뒤집었다. 그러나 '철벽' 판젠동에게 연속득점을 허용하며 6-11로 2게임을 내줬다. 중국 팬들의 "짜요!" 함성이 벡스코를 지배했다. 3게임 0-2로 밀리자 주세혁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역대전적에서 4전패한 판젠동을 상대로 끝까지 강하게 붙었다. 백핸드 서브로 4-4 동점을 만들었고, 백핸드 푸시로 5-4 역전을 이뤘지만 판젠동은 역시 강했다. 수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11-8로 마무리했다. 2단식은 0대3으로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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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식은 한중 베테랑 대결이었다. '90년생 닥공' 이상수와 '88년생' 리우-도쿄올림픽 단식 챔피언 마롱이 격돌했다. 남자탁구 대표팀의 맏형 이상수는 21세였던 2012년 코리아오픈에서 당시 세계1위 마롱을 뚫어냈고, 도쿄올림픽 4강에서 마롱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2022년 7월 후배 조대성과 함께 나선 남자복식에서 마롱-왕추친조를 꺾었고, 지난해 WTT 챔피언스 프랑크푸르트에서 판젠동을 꺾었던 '닥공 캡틴'은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가진 선수, 공이 제대로 맞는 날이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선수다. 1게임부터 '닥공'이라는 것이 작럴했다. 마롱을 4-1로 압도했다. 5-5에서 내리 3득점하며 8-5로 앞서가자 "이상수" 함성이 벡스코를 뒤덮었다. 11-7로 1게임을 가져왔다. 2게임 마롱의 반전이 시작됐다. 빠른 서브로 이상수의 범실을 유도하며 6-1까지 앞서갔다. 4-11로 내줬다. 3게임에서 3-2로 앞섰지만 마롱의 반박자 빠른 공격에 내리 5점을 내주며 3-7로 밀렸다. 그러나 장기인 포핸드 드라이브로 마롱을 괴롭히며 5-7, 6-8, 7-8까지 쫓아갔다. 위기에 몰린 중국 벤치가 타임아웃을 요청했지만 이상수가 기어이 8-8 균형을 맞췄다. 9-9에서 마롱에게 엣지의 행운이 따랐지만 이상수가 적극적인 공격으로 흐름을 되돌렸다. 10-10 듀스게임을 만들었고 12-10으로 3게임을 가져왔다. 주 감독이 엄지를 번쩍 치켜세웠다.

4게임, 이상수가 마롱의 모든 공을 받아내며 2-0으로 앞서갔다. 2-3으로 경기를 뒤집은 마롱에게 경기지연으로 인한 옐로카드가 주어졌고, 이상수가 3-3, 타이를 이뤘지만 마롱이 11-6으로 승리하며 게임스코어 2-2, 운명의 5게임에 돌입했다. 3-3에서 네트와 엣지의 행운이 이상수를 향하며 5-3으로 앞섰다. 이상수의 긴 서브에 마롱의 리시브가 높이 뜨며 6-3, 포핸드 득점까지 이어지며 7-3으로 압도했다. "대~한민국 !"함성이 다시 한번 물결쳤다. 7-4에서 주 감독의 타임아웃은 인상적이었다. "15점까지 있다고 생각해. 마라톤한다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경기하라." 이상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롱의 빈공간에 포어드라이브를 꽂아넣으며 9-4로 앞선 후 11-4로 승리를 매조지했다. 2013년 부산아시안탁구선수권에서 지금은 아내가 된 박영숙과 금메달을 따냈던 '닥공' 이상수가 또 한번 부산에서 신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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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스코어 2-1로 앞선 채 나선 4단식은 한중 톱랭커 대결이었다. 장우진이 판젠동과 마주했다. 1게임을 4-11로 내줬다. 2게임도 판젠동의 페이스에 말리며 1-4로 밀렸지만 뜨거운 안방 응원에 힘입어 4-5까지 따라붙었고 서브로 공략하며 5-5 균형을 맞췄다. 7-7에서 이어진 랠리를 판젠동이 가져갔고 이후 4실점하며 7-11로 내줬다. 3게임 장우진이 7-7, 8-8, 9-9까지 따라붙자 중국 관중들이 "비셩(必勝)!"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10-10 듀스게임에서 10-12로 패하며 게임스코어 0대3으로 승부를 마지막 5단식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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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식 임종훈이 왕추친과 승부했다. 경기 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왕하오를 꺾은 영상이 리플레이됐다. 2022년 방콕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4대3으로 꺾었던 상대에게 자신있게 맞섰다. 1게임을 5-11로 내줬지만 2게임 4-2로 앞서가며 전열을 정비했다. 중국 팬들의 "비셩!" 함성이 절박했다. 일진일퇴의 팽팽한 승부끝에 7-11로 내줬다. 3게임 일진일퇴의 공방, 결과는 6-11 패배였다. 게임스코어 0대3패.

뜨거웠던 2시간 33분의 명승부, 대한민국이 매치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한마음으로 염원한 기적은 없었지만 주세혁 감독이 약속한 '희망'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대한민국 남자탁구의 투혼은 눈부셨다. 한국은 이번 대회 중국의 무실 매치를 저지한, 유일한 국가다. 8강전 일본도 패기를 앞세워 중국에 강하게 맞섰지만 단 하나의 매치도 뺏지 못했다. 대한민국 '톱랭커' 장우진과 '닥공 맏형' 이상수가 2매치를 잡아내며 난공불락 만리장성에 또렷한 균열을 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캡틴 이상수는 경기장을 가득 채워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많은 팬들이 응원 와주셔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팬들 덕분에 힘이 났다. 아쉽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중국선수들에게 계속 져서 가슴속에 한이 있었는데 오늘 그 부분을 푼 것 같아 기분 좋지만 패해서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세계대회가 우리나라 최초로 열렸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팬이 없으면 선수는 없다. 앞으로도 희망 보여드리는 탁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종훈은 "팀에 도움이 안돼 속상하지만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응원에 큰힘을 받았다. 상수형, 우진이도 힘 받아서 좋은 경기를 했다. 많이 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우진이형 말대로 팬 없는 선수는 없다. 앞으로도 탁구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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