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서고, 또 누군가는 우연한 기회를 발판 삼아 배우가 된다.

강말금은 후자에 속한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에 들어섰고, 그 시작은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재연 코너였다.
하지만 그 선택이, 훗날 그녀를 영화제의 신인상 무대 위에 세울 줄 누가 알았을까.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강말금은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에 빠졌다.
그러나 집안 형편과 현실적인 이유로 졸업 후 바로 배우의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대신 무역회사에 취직해 월급 150만원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6년을 보냈다.

그러다 서른 살이 되던 해, 오랫동안 눌러 두었던 연기 욕심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사가 없는 단역이 대부분이었고,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때 우연히 KBS2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 재연 코너에 출연하게 된다.

처음엔 단역이었지만, 특유의 생활 연기와 몰입도로 점차 주연 에피소드까지 맡게 됐다.
무대에서는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했던 그녀가 TV 화면 속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강말금은 훗날 “그때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재연배우로 자신감을 얻은 강말금은 단편 영화 오디션에 도전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2020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드디어 첫 장편 주연을 맡았다.

극 중 이찬실은 영화 제작이 무산되며 인생의 기로에 선 40대 여성. 현실적인 고민과 소소한 행복을 담아낸 이 인물을 강말금은 능청스럽고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마치 실제로 찬실이라는 사람이 살아 있는 듯한 리얼함에 관객과 평단 모두가 주목했다.


그 결과, 강말금은 그해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들꽃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5관왕에 올랐다.
서른에 시작해 마흔이 넘어서야 빛을 본, 보기 드문 ‘늦깎이 신인’의 탄생이었다.

이후 강말금은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손예진의 언니 역으로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쁜 엄마’, ‘신성한, 이혼’, ‘경성크리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를 자기 색으로 채워 넣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생활력 강한 여관 주인으로,
영화 ‘로비’에서는 권력과 정치 냄새가 물씬 나는 국토부 장관 역으로 빌런 연기에 도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재연배우가 영화제 5관왕에 오르기까지, 강말금의 여정은 배우라는 직업이 오직 끊임없는 도전과 버팀 속에서 완성된다는 걸 보여준다.
이제 그녀의 이름은 단순히 한 사람의 배우를 넘어, ‘늦게 시작해도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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