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장비·반도체소재 기업 한울소재과학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는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을 도입한다. 적대적M&A 시도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기존 경영진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울소재과학은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적대적M&A에 의한 이사 선임·해임 요건을 강화하는 안건을 부의했다.
먼저 한울소재과학은 적대적M&A로 이사 수를 변경하려는 경우 출석 주주의 75%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기존 3~8명 이내로 제한돼 있던 이사회 구성 확대 또는 축소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할 수 있게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황금낙하산 조항도 신설된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M&A로 경영진이 해임될 경우 일반적인 퇴직금 외에 일정 금액의 현금이나 주식매입선택권 등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회사 정관에 명시하는 것이다.
한울소재과학은 이번 정관 변경으로 경영진이 임기 중 적대적M&A 또는 경영권 분쟁으로 실직할 경우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30억원 이상, 일반이사에게 20억원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경우 효력은 개정을 결의한 주총이 속한 사업연도 종료 이후에 발생한다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적대적M&A를 추진하는 측의 재무적 부담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다.
현재 한울소재과학에는 전사총괄을 맡은 하준호·김우 대표를 비롯해 사내이사 6인, 사외이사 2인, 감사 1인이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황금낙하산 조항이 신설되면 향후 한울소재과학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할 경우 최소 2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한울소재과학의 최대주주는 지분 12.38%을 보유한 ‘루시’다. 루시는 2023년 12월 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차지했다. 루시의 최대주주는 ‘휴버트’이며, 휴버트는 노원희 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노 씨는 루시 외에 민법상 조합인 제이에스사모투자조합제1호를 통해서도 15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은 21.74%다.
당시 기존 최대주주였던 박노택 대표는 재무적투자자(FI)인 해리슨투자조합1호에 구주 전량을 2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매각가는 주당 9973원으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일 기준 한 달 평균 종가에 344%의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새 주인은 낮은 발행가로 신주를 취득해 지배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전 주인의 프리미엄은 FI가 챙겨주는 구조다.
핵심은 FI의 지분이다. 한울소재과학은 M&A 과정에서 프라임투자조합과 플루먼투자조합1호, 타일러투자조합1호 등 다수의 FI을 상대로 메자닌을 발행해 총 670억원의 뭉칫돈을 마련했다. 이들 조합은 오너십 변경 이후 해산되면서 보유해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조합원들에게 분배했고, 이때 상당량이 해리슨투자조합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해리슨투자조합의 CB 보유량이 크게 늘었다.
해리슨투자조합의 지분율은 14.11%다.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메자닌 물량을 더한 잠재지분율은 28.76%에 달한다. 보유한 메자닌을 모두 주식으로 바꾼다고 가정하면 해리슨투자조합의 지분율은 28.76%로 오르며, 루시 측의 지분율은 18.03%로 떨어진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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