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시되는 차량 대부분이 스마트키 시스템을 장착하면서 시동 버튼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존재가 됐다. 브레이크를 밟고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간편함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 버튼을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안전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시동 버튼 하나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숨은 주범
2026년 1월 국내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화제다. 60대 운전자가 주차를 시도하다 갑자기 차량이 급가속해 벽면을 들이받은 사건이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고, 차를 멈추려고 시동 버튼을 짧게 눌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시동 버튼을 짧게 누르면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행 중 실수로 버튼을 건드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차량은 3초 이상 길게 눌러야만 시동이 꺼지도록 설계돼 있다.

전문가들이 밝힌 위험한 순간들
자동차 안전 연구소의 김현수 박사는 “시동 버튼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모르는 운전자가 생각보다 많다”며 “특히 긴급 상황에서 시동을 끄려고 버튼을 연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5년 12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키 차량 운전자 중 78%가 시동 버튼의 긴급 정지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심각한 건 일부 운전자들이 주행 중 호기심에 시동 버튼을 눌러보는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제조사마다 다른 작동 방식이 혼란 가중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제조사마다 시동 버튼의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주행 중 3초 이상 길게 눌러야 시동이 꺼지지만, 일부 수입차는 2초만 눌러도 꺼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특정 모델은 P단에서만 시동이 꺼지도록 설정된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2025년 한 해 동안 340여 건에 달했다. “긴급 상황에서 시동을 끄려 했지만 방법을 몰라 당황했다”, “차종을 바꾼 후 작동 방식이 달라 혼란스러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생명을 구하는 3초 룰
자동차 안전 전문가들은 모든 운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시동 버튼 3초 룰’을 강조한다. 주행 중 급발진이나 기타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동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눌러 엔진을 강제로 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동을 끄면 브레이크 배력장치와 파워 스티어링이 작동하지 않아 제동력과 조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시동을 끄기 전에 먼저 기어를 N단으로 변속하고, 갓길로 안전하게 이동한 후 시동을 끄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상반기부터 모든 신차에 시동 버튼 긴급 정지 기능을 표준화하고, 운전자 매뉴얼에 관련 내용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운전면허 학과시험에도 관련 문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누르던 시동 버튼. 하지만 그 작은 버튼 하나가 위급한 순간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당장 내 차의 시동 버튼 작동 방식을 확인하고, 3초 룰을 머릿속에 새겨두자. 그 3초가 당신과 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