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낸드까지 "장기고정계약!"…메모리 산업, 사이클 업다운 끝나나

양정민 기자 2026. 4. 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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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장기 공급 부족… 빅테크, 물량 확보 우선 나서
LTA 반영된 기업들 현금 유동성 올라… 수요-공급 '윈윈' 되나

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폭증하며 연이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요·공급 및 케파 이슈가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까지 현장 공급이 동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2026년 HBM 예약이 끝났다고 언급했던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이제 LTA(장기 공급계약)를 통해 사이클과 현금 흐름 안정성을 찾고자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2029년까지 적용되는 3년짜리 LTA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가 LTA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리고 삼성전자도 주요 고객과 기존 분기·연 단위 계약을 3~5년 다년 계약으로 전환 중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흐름이다.

LTA란 반도체 등 계약에 대해 여러 해에 걸친 물량·조건을 미리 합의하는 구조를 뜻한다. 기존 반도체 계약은 분기·월 단위로 가격을 매번 다시 협상하던 관행이 있어 업계 흐름과 사이클에 취약했다. HBM 등 제품을 적기에 납품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대신 안정 생산·공급을 추구하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단기 계약 관행 끝나나
삼성전자 반도체 팹. 사진=삼성전자

범용 D램, 낸드 등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에 따라 2~3년마다 가격이 폭등·폭락하는 특징이 있었다. 그동안 팹리스·파운드리, 수요자 모두 LTA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유다.

몇 년 치 가격·물량을 미리 묶는 LTA가 수요자·공급자 양쪽 모두에게 되레 리스크로 다가왔던 점이 컸다.

다운사이클에서 가격이 폭락하면 과거에 비싼 가격으로 LTA를 맺은 고객이 강하게 재협상·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며 공급사·수요사 모두 강한 구속력을 가진 장기 계약을 꺼리는 문화가 굳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이클에서는 고객이 LTA를 원해도 공급사가 높은 가격 상승 여지를 보고 단기·분기 계약을 선호해 장기 고정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HBM, D램 등을 만들어 내면 곧바로 팔 수 있는 상태에서 굳이 몇 년 치 가격을 묶어둘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품목을 LTA로 묶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행위로 여겨졌다. 반도체 판매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경우 다운사이클이 왔던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DDR5.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정민 기자

상황이 급변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메모리 칩이 당장 필요한데 물량 자체가 없는 나날이 이어지며 빅테크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DDR5 LTA를 위한 최종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도 LTA를 논의 중인 SK하이닉스의 계약 규모는 수십조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 2025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LTA는 단순한 구매 의향이 아니라 고객과 공급업체 간 강한 약속(커미트먼트)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메모리 생산을 위해 점점 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며 투자 소요도 월등히 커진 만큼 공급업체들도 수요에 대한 높은 가시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HBM4E.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같은 상황인 것은 HBM4를 적극적으로 내놓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반도체 부분은 중장기 사업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건전한 메모리 수급 환경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거래 환경을 다년 공급계약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와 고객 모두 사업 안정성이 생기고 오버서플라이, 언더서플라이를 줄여 시장 변화에 능동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HBM·첨단 D램 증설에 수십조원과 2~3년 리드타임이 필요하고 삼성전자 DS·SK하이닉스도 투자 결정을 뒷받침해 줄 명확한 계약 사항이 없으면 케파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 와 있다. 윈윈 계약을 위해 LTA가 선행되는 조건으로 계약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금 개선 기대… 영업익현금흐름·계약부채 상승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LTA의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 중 하나는 기업이 계약금을 미리 받아 투자 여력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는 빅테크들의 LTA 체결 시 총 계약액의 10~30% 수준 선급금을 넣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고, 이는 곧 순현금흐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이익잉여금, 계약부채가 모두 늘어난 삼성전자의 재무제표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2025년 사업보고서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3년 44조1374억원 ▲2024년 72조9826억원 ▲2025년 85조3151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는 DX를 포함한 모든 영업 조건이 섞여 있어 메모리의 LTA만을 판단할 수는 없으나 수치 우상향은 긍정적 지표로 꼽힌다.

이익잉여금도 연결 기준 2024년 370조5131억원에서 2025년 402조1356억원으로 올랐다. 같은 조건에서 별도 기준으로도 2024년 233조7343억원에서 2025년 254조5668억원으로 상승했다. 계약부채는 연결 기준 2024년 13조5233억원에서 2025년 13조9759억원으로 올랐다. 계약부채는 재무제표 장부상으로는 부채이나 시장에서는 빅테크가 몇 년 치 메모리 구매를 보증해 준 증표로도 해석된다.

2023년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조2782억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도 ▲2024년 29조7959억원 ▲2025년 53조3731억원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동시에 이익잉여금은 2024년 65조4180억원에서 2025년 106조5765억원으로 올랐다. 계약부채 규모도 별도 기준으로는 2024년 3803억원에서 2025년 4177억원으로 올랐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는 2024년 5434억원에서 2025년 474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상명대학교 이종환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측면에선 사이클이 깨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고 범용 D램 시절과 달리 HBM이 전면에 서며 빅테크 고객들에게 납기하는 일정이 중요해진 파운드리 형태가 됐다"며 "반도체는 제작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에 투자에 있어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LTA 형식으로 트렌드가 바뀌면 관련한 계약금을 먼저 받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좀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어 선순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