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을 두고 온라인 댓글에서는 “별거 아니다” “무시해도 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 판매량인데도 상위 10위권에 중국차가 보이고, 테슬라는 브랜드 기준 3위까지 올라와 있다. 이 흐름을 가볍게 넘겨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국산차가 판매량 순위에서 밀린다는 것 때문에만 우려하는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흐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꽤 많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판매량은 해외가 아니라 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다. 모델별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상위 10위권에 테슬라와 비야디, 그리고 KGM이 보인다.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한 전체 판매량 순위를 보면 상위 10위권 모두 현대기아차가 차지한다. 전체 시장의 분위기와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뜻이다. 브랜드별 판매량으로 보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상위 5위권을 보면 기아가 1위고, 2위와 3위를 테슬라와 비야디가 차지한다. 현대차는 4위, KGM은 5위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어차피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만 파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전기차 판매량만 놓고 비교하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으로 잘못된 관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외신들도 전기차 판매량을 별도로 집계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왜 중요한지, 이 흐름이 계속되면 국산 전기차 시장은 붕괴되는 건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 판매량을 ‘순위’만 놓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월은 보통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확정되기 전이다. 과거에는 이 시기 대부분 전기차를 그냥 안 사는 흐름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브랜드별로 판매량이 나오고,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는 한국 전기차 시장의 판매 흐름과 규칙이 바뀐 중요한 순간일 수 있다. 그동안 반복해서 언급해왔듯, 보조금 영향권을 벗어난 차들 위주로 판매량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첫째는 아예 가격 자체가 많이 내려가 보조금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다. 둘째는 보조금이 크지 않은 만큼 브랜드에서 먼저 지원해주고 나중에 정산받는 방식이 가능해진 경우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이 테슬라와 비야디다. 테슬라는 최근에 가격을 여러 번 내렸다. 보조금이 다소 늦더라도 미리 구매를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구간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비야디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볼보까지 EX30 가격을 내리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무려 700만 원을 내려 4,479만 원까지 낮춘다는 내용이다. 수입차임에도 보조금 포함 3천만 원대 구매가 가능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EV3와도 가격이 비슷해진다. 그래서 최근까지 기아가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EV3에서 찾는 해석이 많았다.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는 전기차고, 현대차에는 아직 이런 포지션의 차가 없으니 그 차이가 판매량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볼보까지 이런 가격 전략을 펼친다면 EV3도 확실한 경쟁력이라고만 보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판매량 순위가 유독 충격적인 이유는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 그리고 가장 공평한 경쟁이었다는 점이다. 보조금은 자국 기업 보호 성격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자국 브랜드가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1월 판매량은 이런 보조금 변수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나온 통계라는 점이 크다.
물론 1월 판매량만 놓고 섣불리 장기 전망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격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판매량 순위도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겠다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다.

최근 기아가 표시 가격을 일부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EV5는 중국에서 2천만 원대로 대대적인 홍보가 됐기 때문에, 3천만 원대를 계속 유지하는 이상 ‘저렴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표시 가격 인하라기보다 조건 충족형 할인으로 보는 게 맞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건을 충족해야 할부금 등에서 이득이 있고, 이를 최대한 받는 경우 600만 원 이상 할인이 가능하다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한, 현대차가 아이오닉3를 국내에도 출시하고 보조금 포함 실구매 가격이 셀토스 정도로 나오지 않는 이상 판매량이 확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량만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결국 “현대차가 전기차만 파는 회사가 아닌데 왜 전기차만 파는 회사랑 비교하느냐”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시각이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도 결국 자동차다.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만 따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반대로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럼 전기차 시장은 내줘도 괜찮다는 건가”라는 질문이다. 전체 판매량을 봐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논점을 흐리는 방식으로 쓰일 때 문제가 된다. 현대기아차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압도적이라는 건 팩트다. 그래서 전체 판매량을 함께 보기도 한다. 하지만 핵심은 왜 전체 판매량에서는 압도적인데 전기차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지느냐는 데 있다.

전체 판매량만 보는 것은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전기차 시장을 내줘도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면서까지 전기차에 모든 걸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반면 시장을 내준다는 건 그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전기차 시장을 해외 브랜드에게 빼앗기는 상황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전기차 시장을 빼앗기면 안 되는 이유가 ‘기준이 바뀐다’는 데 있다. 전기차 시장 중심으로 보면 기준이 바뀌는 순간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전기차가 출시되면 한국에서는 대개 현대기아차가 기준이 된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는 특히 그렇다. 현대차보다 비싸면 비싼 차, 저렴하면 가성비라는 식으로 시장의 언어가 형성된다.

그런데 전기차는 이 기준이 테슬라로 잡히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를 출시하면 “테슬라보다 저렴한가” “테슬라보다 비싸면 누가 사냐”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이게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 전기차를 산 사람은 매번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쏘렌토를 샀다고 해서 굳이 해명할 일이 많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어떤 제품이든 기준이 잡히지 않고 설명이 많아지면 불리해진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 전기차를 입문용으로 사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현대기아 전기차로 입문하면 그 소비자는 계속 현대기아 전기차를 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테슬라나 비야디로 입문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그 브랜드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고, 현대기아로 넘어오는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결국 장기적으로 판매량 확보가 점점 불리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하드웨어만 잘한다고 끝나는 경쟁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UI/UX, 충전 관련 문제, OTA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경쟁은 판매량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데이터 확보와 학습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수집량이 많아야 학습할 데이터가 많아지고, 학습 데이터가 많아야 기술 발전도 빨라지며 오류도 더 빨리 잡는다. 이는 곧 경쟁력이자 상품성이 된다.
그런데 판매량이 늘지 않고, 판매량을 늘릴 기회도 줄어든다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판매량 규모는 원가와 협상력, 신제품 출시 속도까지도 좌우한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를 엔진처럼 내재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다. 우리 기업끼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원재료를 확보한 국가들과의 협상도 필요한 영역이다. 판매량이 적으면 단가 협상에서 불리해지고, 그 불리함이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지금 전기차는 상용화에서 대중화로 넘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 지점이 특히 중요하며, 선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을 따로 집계한다.

현대기아차가 이런 얘기의 중심에 자주 서는 이유는 국내 기업이라서만은 아니다. 전기차를 못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크다. 차 자체는 괜찮다. 글로벌 판매량을 봐도 현대기아 전기차가 아예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비야디나 테슬라와 비교하면 편차가 크지만, 이 정도 순위라면 조금만 하면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실용적으로 잘 만들고, 아이오닉9 같은 차는 승차감도 좋다는 평가가 있다. EV6 GT나 GV60 마그마 같은 차들을 보면 퍼포먼스도 좋다. 결국 대중적인 모델들은 가격만 잘 조정하면 판매량 확보를 빠르게 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다만 속도가 빨라야 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기존과 다르고, 전기차 시장이라고 간과하면 이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제안은 하나다. 만약 전기차 판매량이 지금 당장 늘지 않아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하이브리드차나 내연기관차라도 활용해 데이터 수집을 확대하자는 방향이다. 예컨대 드라이브 와이즈 같은 기능이 아직도 옵션인 현실이 있다. 이를 오토파일럿처럼 기본으로 넣고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게 한다면 데이터 수집 속도와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판매량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가격을 무리해서 내릴 이유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시장을 내주는 것은 당연히 위험하며, 경쟁의 범위와 방식이 매우 달라졌다는 점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특히 볼보가 EX30을 3천만 원대 구매 가능 구간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700만 원 인하를 선언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이 흐름을 방치하면 시장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독자들의 생각도 다양할 것이다. 전기차 판매량을 둘러싼 이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국내 브랜드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안피디 | garden@spoilerkorea.com
제휴 및 문의 | master@spoilerkorea.com
Copyright © 김승현 안피디의 스포일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