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에 핵잠수함 못줘", 오커스 철회로 한국에 기회열리나?

미 국방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오커스(AUKUS)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한 마디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공들여 구축한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협력체 'AUKUS'를 트럼프 정부가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죠.

사실 이번 재검토의 배경에는 호주와 미국 간의 국방비 갈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호주 알바니지 총리가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요구한 국방지출 인상 요구(GDP비 3.5% 수준)를 거부하고 "국방투자의 액수는 자분들이 결정한다"고 주장하자, 미국이 즉시 AUKUS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재검토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국방차관이라는 점입니다.

콜비 차관은 AUKUS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지속해왔으며, 미국의 제한된 군사 자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온 인물이죠.

60조원 핵잠수함 사업의 위기, 9년 걸리는 건조에 희토류 부족까지


AUKUS의 핵심은 바로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입니다. 원래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2027년경을 목표로 미영의 원잠 4척과 영국 잠수함 1척이 서호주 HMAS 스털링에서 로테이션을 시작하고, 203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을 3척 구매한 뒤, 2040년대에 미 전투시스템을 탑재한 영국 설계의 AUKUS급 원잠을 취득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 미 국방부가 버지니아급 잠수함 1척을 건조하는 데 무려 9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예전에는 6년이면 가능했는데 말이죠. 게다가 희토류 원소 같은 원자재 부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한 척에 필요한 희토류는 무려 4톤에 달합니다.

호주는 이미 미국 조선업계 지원을 위해 30억 달러(약 4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2025년 2월에는 그 중 첫 번째로 5억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영국도 AUKUS급 원잠 12척을 18개월마다 1척씩 건조하기 위해 주요 생산 거점 기반 강화에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죠.

정치적 압박인가, 단독 행동인가? 워싱턴 내부의 분열


흥미롭게도 이번 AUKUS 재검토가 트럼프 정권 차원의 광범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콜비 국방차관의 단독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 콜비 국방차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호주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점입니다.

알바니지 총리가 국방비 증액을 거부하자 '그럼 핵잠수함도 없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트럼프 정권에게 호주의 이런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겠죠.

영국과 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권이 전 정권의 정책을 정밀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변의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기회열리나?


이런 상황이 한국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여러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먼저 호주 시장 진출 기회입니다.

AUKUS 원잠 도입이 지연되거나 취소된다면 호주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KSS-II 배치2 모형

이때 한국의 KSS-III(장보고-III) 잠수함이나 최근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중형 잠수함이 주목받을 수 있죠.

실제로 2022년 한국은 호주에 핵잠수함 도입 전까지의 공백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장보고-III를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입니다.

AUKUS가 약화되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에게 군사비를 GDP 대비 5%까지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2.8%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죠.

셋째는 기술 협력 기회입니다.

AUKUS의 협정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AI, 사이버, 양자기술 등이 포함되는데, 한국이 이미 보유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나 반도체, AI 기술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K-잠수함의 글로벌 경쟁력


한국의 잠수함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중형 잠수함으로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80여 명의 정재계 인사가 참가한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것이 한국에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개발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잠수함은 3,000톤급 장보고-III뿐이었는데, 이제 접근성이 훨씬 낮은 중형급 잠수함까지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죠.

현재 캐나다 차기 잠수함 12척 60조원 사업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군력 현대화도 한국에게 기회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해군은 대형 수상함 130척을 포함해 약 350척의 수상함과 잠수함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입니다.

중국 093형 상급 핵잠수함

중국은 현재 핵추진 잠수함 6척을 더 건조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핵잠수함 4척을 더 건조할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더 많은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AUKUS 회원국들이 이미 중국 잠수함 추적을 위한 AI 기술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죠.

커트 캠벨 전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2021년 한국을 거론하며 "문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AUKUS는 개방형 구조"라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다른 나라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현실적 제약과 극복해야 할 과제


물론 한국이 AUKUS의 대안이 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과 호주의 상황에 큰 차이가 있다"며 핵잠수함 기술이 한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주요 임무가 북한 방어에 집중되어 있어 장거리 작전보다는 단거리 방어에 적합한 재래식 잠수함으로도 충분하다는 논리죠.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SLBM과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핵잠수함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해양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역할도 단순한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AUKUS 재검토가 가져올 파장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위기가 한국에게는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의 새로운 주역으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안보와 방산 수출, 그리고 국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