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3분기 초대형IB 지정 유력…위험관리 능력 입증하나

/사진 제공=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3분기 중 신규 지정에 나서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타이틀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금융 능력을 높이는 것이 초대형IB 지정의 취지인 만큼 이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메리츠증권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리스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3분기 자기자본 4조원과 8조원 규모의 초대형IB를 새로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여섯 번째 4조원 규모의 초대형IB를 결정하는 것으로, 자격을 갖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다른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금융위는 이날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금융 실적 개선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종투사의 총자산 가운데 모험자본 비중은 2.23%에 불과했으며, 단기수익 추구 현상으로 부동산에 투자가 쏠려 리스크 관리 문제도 노출했다"며 "증권 업계가 종합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춰 국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의 방침을 보면 초대형IB 추가 지정의 목적이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강화 유도인 점을 고려할 때 메리츠증권이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IB 부문 업계 6위에 올라 있다. 일반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순순익을 기준으로 할 때 시장점유율은 약 7~8%다. 대손부담 완화와 수수료 수익 증가로 지난해보다 46.74% 급증한 연간 약 7100억원의 영업순수익을 냈다. 이는 전체 영업순수익 가운데 47%를 차지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IB 부문의 대손비용 288억원을 거뒀다. 2023년 대비 83.89% 급감한 것으로 수익 증가와 함께 비용 감소도 균형 있게 추진해온 셈이다. 높은 IB 실적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23년과 비교해 48.54% 급증한 63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순수익은 35.27% 증가한 1조5103억원, 영업이익은 48.37% 늘어난 9165억원을 냈다.

메리츠증권은 향후에도 IB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DCM과 ECM 부문의 경력직 인력을 충원해 전통적 IB 강화를 노리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충원 계획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초대형IB들이 자기자본의 2배 규모에 달하는 발행어음 업무로 차원이 다른 IB 실적을 나타내는 것을 고려하면 초대형IB가 아닌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최근 홈플러스 사태의 주요 이해관계자라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언급된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홈플러스에 대여한 1조2000억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몸살을 앓았다. 메리츠증권은 만기가 2027년까지인 데다 부동산 담보를 확보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워낙 규모가 커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대여금 전액은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대부분을 메리츠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내년까지 모두 회수하는 것이 메리츠증권의 목표지만 처리가 끝날 때까지 리스크는 남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는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발행어음업을 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메리츠증권이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담보처분권을 발동한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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