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각각 31.4%, 17.6%나 늘어난 반면,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는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 변화뿐 아니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라인업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자동차그룹도 친환경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판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차 부족한 현대차·기아, 유럽에서 주춤
현대차와 기아의 1~2월 유럽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7.2%,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15만 6천 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5.5% 줄어들었고, 이는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의 평균 감소율인 2.6%보다 더 큰 낙폭입니다. 점유율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8.0%를 기록했지만, 토요타(7.4%)를 제치고 여전히 4위를 유지 중입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신차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투싼, 코나, i20, 기아의 스포티지, 씨드, EV3 등 대부분의 주력 차종이 기존 모델이며, 최근 출시된 신차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유럽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선한 라인업이 부족한 것은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핏 포 55’ 기대했지만… 전략 흔들린 이유는
현대차그룹은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핏 포 55(Fit for 55)’ 정책에 따라 친환경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전기차 전략을 강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자동차 업계의 반발로 인해 CO₂ 배출 과징금 부과 시점이 3년 유예되면서, 예상했던 전기차 수요 확대가 지연됐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중심 전략도 기대만큼 빠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비중이 큰 B~C 세그먼트 소형차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신차가 부족하다는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르노와 폭스바겐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8% 이상 성장했지만, 현대차는 뚜렷한 대응 전략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반격 시작… EV2·EV4로 분위기 전환 노린다
현대차그룹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아는 지난달 ‘2025 EV 데이’ 행사를 통해 EV2, EV4, PV5 등 다양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며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중 EV2는 유럽의 저가형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모델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실용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터키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로 전환해 2026년부터 ‘캐스퍼 EV’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유럽 시장에 최적화된 소형 하이브리드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간 친환경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토요타는 넘었지만, 스텔란티스·르노는 아직”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 점유율 4위로 토요타를 제쳤지만, 아직 유럽 내 절대 강자인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를 넘어서는 데는 갈 길이 멉니다. 단기적으로는 신차 가뭄과 맞춤형 전략 부재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EV2와 같은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간의 전략이 유럽에서의 현대차 입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일본 브랜드를 넘었다는 상징적 의미는 분명하지만,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진정한 ‘유럽형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현대차그룹의 진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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