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뉴노멀의 그림자, 환율 1500원…‘위기’로 향하는 경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위기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559원까지 치솟으며, 2분기 평균환율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항 환전 환율은 이미 1,62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과거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도 120원 이상 더 높은 수준이다. 경제 주체들이 '수출 호조'와 '코스피 8000p'라는 외형적 성과에 매몰된 사이, 외환시장은 이미 '위기'에 준하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지목된다. 외국인들은 올해 국내 주식을 120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셀 코리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이 1600원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환당국은 대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거시 지표에 치우친 낙관적 해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고환율 기조는 제조업 중심 도시인 울산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절반에 불과하다. 석유화학·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해야 해 원가 부담도 함께 급등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제자리인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중소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하다. 납품 단가는 사실상 고정된 반면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은 계속 상승해 마진 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자금난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울산시의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이 300억원 증액에도 조기 소진되고 신청 기업이 전년 대비 49%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투자보다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민가계 역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지난달 울산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3% 상승해 2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 겹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뉴노멀'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엄중하다. 고환율이 구조적 변수로 굳어진다면 대응책 역시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전환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환율에 신음하는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3고' 현상을 단순한 뉴노멀로 치부한다면, 한국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은 장기 침체의 서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