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의 KT 최대주주 승인, 1차례 서면 심사로 결정됐다
경영 참여는 없다지만 “배당 확대 요구하면 투자 여력 줄어들 것”
이훈기 “국민 실생활 밀접 산업엔 제도적 대안 마련 필요”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현대차그룹을 KT의 최대주주로 승인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공익성심사가 단 1차례, 서면으로 개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심사 회의록도, 심사 점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재계 서열 3위 현대차그룹의 기간통신사업자 대주주 지위 확보와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 1회 서면 심사로 공익성심사 끝내
8일 시사저널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는 8월23일 KT 최대주주 변경 관련 안건을 공익성심사위원회에 회부, 서면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과기부는 "공익성심사위원회 위원 15명 가운데 13명이 출석, 전원 찬성으로 안건은 가결됐다"고 밝혔다. 대면 회의가 아닌 서면으로 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현대차의 KT 최대주주 적격 판정을 내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서면 심사로 1차례 진행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4월19일 과기부에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익성심사를 신청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3월20일 KT 주식 1.02%를 처분, 지분율이 7.51%로 줄어든 동시에 현대차그룹보다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4.75%, 현대모비스가 3.14% 등 총 7.89%의 KT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최대주주가 바뀔 때 공익성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익성심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0조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 등의 사유가 국가 안전 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의 유지 등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제도다.
과기부는 공익성심사위의 1차례 서면심사 이후인 9월19일 "KT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업 내용에 변경이 없는 점 △현대차그룹이 추가 주식취득 없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가 됐고, 경영 참여 의사가 없는 점 △현 지분만으로 실질적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이 같은 판단에 참여연대와 KT새노조는 우려를 표했다. 9월20일 이들 단체는 논평을 내고 "과기부가 추석 연휴 하루 뒤 심사결과를 기습 발표함으로써 KT 최대주주 변경 공익성 심사를 졸속으로 끝내려는 것은 아닌지, 이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방안이 제대로 논의된 것인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심사결과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재벌 대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러한 환경은 이후 통신공공성 확보와 가계통신비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현대차로의 최대주주 변경이 유무선 통신 소비자와 가계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이 심도 있게 검토되었는지도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경영 참여 '無' 문서 받아" VS "KT 공공성 훼손 우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과기부는 "졸속 진행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기부 관계자는 "KT의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익성심사 신청 이후 4개월 동안 자료 보완 요청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위원들은 약 2주간의 검토 시간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가부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석위원 전원이 문제 없음으로 의견을 줬다"면서 "공익성심사는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이전부터 서면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KT 경영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것이 과기부 입장이다. 과기부는 현대차그룹이 1대 주주 지위에 올랐음에도 KT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나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로 공시하고 있다는 점, 이와 별개로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것을 문서로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주식 보유 목적 위반에 대한 제재 조항이 강하게 돼 있다"면서 "경영권 행사에 대해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명의로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문서를 제출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KT 임원을 지낸 한영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현대차 출신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없을지는 의문"이라면서 "더 큰 우려는 유선전화 1위 사업자 등 KT가 가진 공공성의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표면적으로 경영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로서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경우 가령 통신취약지역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KT가 맡아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최대주주가 경영효율화를 요구한다면 KT의 독립적인 사업 추구가 가능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확대 과정에서 KT의 경쟁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리소스만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선 과기부의 인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훈기 의원은 "과기부가 국민 실생활과 미래 성장동력과 밀접한 국가기간통신망 및 주요 통신 보안시설을 관리하는 KT 최대주주 변경을 위한 공익성심사를 단 1회 서면 심사로 끝낸 것은 문제"라며 "향후 국민경제 및 국가전략산업과 연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 심사·의결이 아닌 '인가' 등의 제도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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