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대표 담보대출, 회사 내부출자…에이비엘바이오 이중유동성

/사진=에이비엘바이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외부 자금조달 대신 내부순환을 택했다.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에 420억원을 출자하며 전환우선주 형태의 내부 메자닌 구조를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의 임상 본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비치지만, 자금의 흐름은 모회사 안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훈 대표가 여전히 29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까지 맞물리며 시장은 이를 '흑자 속에서도 유동성이 묶인 구조'로 보고 있다.

여유자금 자회사로 이동 '내부순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9월26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100% 자회사 네옥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출자금액은 420억원이며 취득 주식은 전환우선주 형태다. 해당 주식은 1대 1 비율로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며, 이익배당과 잔여재산분배 우선권이 부여돼 있다. 회사는 이번 자금이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ABL206과 ABL209의 임상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외부 자금조달이 아닌 내부순환형 자금 운용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매출 779억1000만원, 영업이익 116억9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낸 직후 결정된 만큼 여유자금을 자회사로 이동시킨 형태라는 분석이다. 특히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1327억9000만원까지 130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외부 투자자 없이 자체 자금으로 전환우선주를 인수한 점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명목상 R&D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유동성 순환에 가까운 구조로 해석한다.

이와 맞물려 이상훈 대표의 개인 재무구조도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표는 여전히 29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의 지분율은 올해 초 27.15%에서 이달 26.59%로 소폭 하락했다. 담보비율이 흔들리면 반대매매로 지배력 훼손이나 주가 급락이라는 동시 리스크가 발생하고, 이는 연구자금 조달 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의 현금은 충분하지만 오너가 개인 레버리지를 유지하는 유동성 엇박자는 거버넌스 변수로 해석된다. 특히 지분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담보 유지가 계속되면 추가 담보 요구(마진콜) 발생 시 방어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타난다.

내부 메자닌 출자 자체가 가격 검증과 감시 공백을 키운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외부 타자자 없는 단독출자는 밸류에이션과 조건(우선권·전환권)의 객관적 검증(가격 발견)을 약화시키며, 전환·청산 조건에 따라 모회사 지분가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자회사 성과가 지연되면 추가 현금 투입이나 연결 손상차손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모회사 현금흐름 방어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더군다나 공시에는 기본 조건만 공개돼 상환·배당률·보호조항·전환가조정(리픽싱) 등의 세부정보가 제한돼 있는데, 이 정보 비대칭이 투자자 평가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시선도 따라붙는다.

미국 1상 착수 선투입 자금으로 활용

이번에 조달되는 420억원은 미국 1상 착수를 위한 선투입 자금이다. 회사는 외부 조달 대신 내부 현금을 활용해 속도와 통제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중항체 ADC 후보 ABL206 및 ABL209가 모두 초기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자금의 우선순위가 '시간 단축'에 맞춰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상, 제조, 규제 절차를 병행해 초기 데이터 확보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도 수반된다.

투입 대상은 임상시험계획(IND) 제출과 1상 진입 준비 단계다. 독성시험 마무리, 임상용 시약 생산과 품질검사, 임상대행사(CRO) 계약, 병원(IRB) 승인, 초기 환자 등록 등이 핵심 집행 항목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라벨링, 운송, 안전성 모니터링 비용도 포함된다. 실험실 데이터를 사람 대상 시험으로 전환하기 위한 '현장비용'인 셈이다.

초기 임상 결과가 확보되면 외부투자나 공동개발 협상 여력도 커질 전망이다. 현지법인에서 직접 진행하면 FDA 승인 절차와 CRO 계약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비용과 리스크를 미국 법인 단위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전환우선주 형태의 출자는 자회사 자본을 확충하면서 모회사의 의사결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번 출자를 단순한 연구비 집행을 넘어 내부 자금 순환 구조를 실험한 사례로 보기도 한다.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자회사 단계에서 임상비용을 직접 소화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유동성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셈이다. 모회사가 흑자전환 이후에도 현금성 자산을 R&D에 집중 배치했다는 점은 중단기 재무 운용 방향을 가늠케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향후 이 모델이 반복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의 자금 흐름은 기술 단계별 내부순환 체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점쳐진다.

실제 임상 전환 속도 박차 관건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 출자가 실제 임상 전환 속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로 몰린다. ADC는 항체·링커·페이로드의 결합 공정이 복잡해 초기 수율과 품질 안정화가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알려져 있다. 미국 현지에서 CRO 계약과 환자 모집이 늦어질 경우 임상1상 진입 시점은 연내에서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금 집행 속도보다 기술 완성도가 변수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투자 효율성 역시 과제로 지적된다.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의 68.7%다. 수익성이 개선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네옥바이오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추가 출자나 후속 라운드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기술 수익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내부 현금 소진 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또 다른 과제로는 거버넌스 관리가 언급된다. 업계는 이번 출자를 임상 성과와 유동성 관리라는 두 축 모두를 시험대에 올린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회사 투자로 현금이 이동하는 구조는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다. 내부 자금 순환이 R&D 중심의 전략적 결정인지, 혹은 재무적 유동성 관리의 연장성인지는 향후 실적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중항체 ADC는 기존 단일항체 ADC보다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달리티"라면서도 "이중항체 ADC 시장은 아직 승인받은 약물이 없는 초기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옥바이오가 임상 진행을 위해 준비를 마친 만큼 빠르게 이중항체 ADC 개발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라며 "ABL206과 ABL209 외 다른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R&D를 통해 차세대 ADC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