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력대 출력·정교한 제어"…'괴물 전기차', 고성능차 정의를 바꾸다

고성능 자동차 시장의 패권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일부 전기차가 선보였던 폭발적인 직진 가속력(제로백) 경쟁을 넘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현대자동차 등 정통 강호들이 1000마력을 넘나드는 출력은 물론 정교한 코너링과 서킷 주행 능력까지 갖춘 '진짜 고성능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각사의 기술력을 집약한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거나 출시를 예고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BMW iX M70이런 흐름은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소비자의 관심이 단순 주행거리나 효율성에서 '주행 감성'과 '성능'으로 옮겨가고, 고성능 모델이 브랜드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과 정교한 제어 기술이 내연기관을 뛰어넘는 주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주된 이유다.

고성능 전기차 경쟁의 정점은 정통 럭셔리·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BMW는 고성능 브랜드 M을 통해 한층 진화한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M3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이 고성능 전기차는 4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정교한 코너링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최고 출력은 700마력을 훌쩍 웃돌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Mercedes-Benz AMG GT XX Concept 

Mercedes-Benz AMG GT XX Concept 메르세데스-벤츠도 이에 질세라 지난 6월 고성능 브랜드 AMG의 '콘셉트 AMG GT XX'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콘셉트카는 3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와 신규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출력이 1000kW, 약 1360마력 이상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3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을 예고했다.

'스포츠카의 교과서'로 불리는 포르쉐도 순수 전기 SUV '신형 마칸 GTS'를 공개했다.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최고 출력 571마력, 최대 토크 97.4kg·m, 제로백 3.8초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특히 '트랙 엔듀런스 모드'와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 등 정교한 제어 기술을 탑재해, 단순 직진 가속을 넘어 서킷 주행까지 겨냥한 점이 특징이다. 

Porsche Macan GTS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 역시 지난해 고성능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를 국내 선보이며 럭셔리 E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모델은 최고 출력 558마력, 최대 토크 82.4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최고 속도는 220㎞/h에 이른다. 이는 럭셔리 SUV 시장에서도 내연기관 못지않은 강력한 주행 성능을 전동화 모델로 구현하려는 마세라티의 고급화 전략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도 고성능 전기차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고성능 브랜드 'N'의 기술력을 전기차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 2023년 출시된 '아이오닉 5 N'과 올해(2025년) 선보인 '아이오닉 6 N'은 부스트 모드 기준 최고 출력 650마력, 제로백 3.4초(아이오닉 5 N 기준)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마세라티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이는 현재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N 모델들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킷 주행까지 가능한 '운전의 즐거움'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퍼포먼스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기아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EV6 GT'를 통해 '퍼포먼스 아이콘'을 재정립했다. 신형 EV6 GT는 아이오닉 5 N과 동일한 650마력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제로백 3.4초의 강력한 성능을 입증했으며, 향후 플래그십 SUV 'EV9 GT' 등으로 고성능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고성능 '마그마' 프로그램을 가동, 연말 첫 고성능 전기차인 'GV60 마그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성능은 600마력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오닉 6 N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과 정교한 제어 기술이 결합해, 내연기관보다 더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성능차의 상징이 V8, V12 엔진 사운드와 기계적 변속 충격이었다면, 이제는 1000마력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출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배터리 열 관리 기술, 각 바퀴의 동력을 초정밀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아 EV6 GT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이 친환경을 넘어 '퍼포먼스 경쟁'의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다"며 "단순히 직진만 빠른 차가 아니라 서킷을 완주할 수 있는 내구성과 운전의 재미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구현하느냐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