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간 CU 물류망을 마비시킨 화물연대 파업이 노사 합의로 일단락됐으나, 경영상 여진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운송료 인상에 따른 고정비 증대와 약 600억원 규모의 점주 피해보상 요구가 맞물리며 BGF리테일의 수익성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편의점 사업의 근간인 공급망 안정성이 단순 비용 문제를 넘어 가맹 시스템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졌음을 드러냈다. 결국 물류망의 영속성 확보와 신뢰 회복이 향후 경영 정상화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6일 동안 멈춘 물류
4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CU지회는 4월29일 단체협상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어 다음날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주요 물류 거점 봉쇄가 전면 해제되며 정상화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진천 BGF푸드 공장을 중심으로 전국 물류센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4월 5일 진주 물류센터 봉쇄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약 26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운송료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한 화물연대 CU지회의 집단행동에서 촉발됐다. 노조는 올해 1월부터 BGF리테일을 원청으로 지목하고 직접 교섭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파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국 총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나주·화성·안성 등 주요 물류센터를 봉쇄한 데 이어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까지 봉쇄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 공급망의 핵심인 진천 공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영·호남 일부 지역 점포의 결품률(발주 대비 미입고 비율)은 한때 90%를 웃돌았다.
사태의 분기점은 4월 20일 발생한 현장 사망 사고였다. 진주 센터에서 대체 차량 투입 과정 중 조합원이 사망하면서 사안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현장 방문 등 정부의 중재와 여론 압박이 이어졌고, 직접 교섭을 거부해온 원청 BGF리테일도 협상에 나서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노사는 운송료 7% 인상과 분기별 유급휴가 보장 등을 골자로 최종 합의했다.
봉합 뒤 남은 불씨…6일 보상 협상 변수로
물리적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피해 보상을 둘러싼 가맹본부와 점주 간 이견은 풀어야 할 숙제다. CU가맹점주협의회는 오는 6일까지 노사 갈등에 따른 점주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 제시를 본사에 요구했다.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과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미배송 상품의 판매이익 보전과 전 점포 대상 위로금 지급을 핵심 요구로 내세웠다.
문제는 점주 측이 요구하는 보상 규모가 본사의 재무적 감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협의회가 추산한 파업 기간 누적 손실액은 약 600억원으로, 지난해 BGF리테일 연간 영업이익(2539억 원)의 약 23%에 해당한다. 점주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될 경우 2분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BGF리테일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상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본사와 가맹점주 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를 통한 비용 부담도 확대된 상태다. BGF로지스는 합의 직후 운송료 7% 인상 등 처우 개선안을 전 운송 종사자에게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협상 주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결과적으로 고정비 상승 요인을 키웠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물류망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운송비 인상에 가맹점 보상까지 반영될 경우 수익 구조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주·기사 갈등 여지…현장 리스크 잔존
현장에서는 가맹점주와 복귀 기사 간 ‘2차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협의회는 “점주를 볼모로 한 불법행위와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파업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가담한 일부 물류 기사에 대해 배송 거부 방침을 밝힌 상태다. 물류 시스템이 정상화되더라도 점포 단위에서 배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리스크로 꼽힌다.
BGF로지스는 합의안을 전체 운송 종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며 인력 이탈 방지에 나섰지만, 점주의 배송 거부 가능성은 본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변수다. 본사와 가맹점, 물류 인력 간 이해관계를 재정립하지 못할 경우 물류망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최우선 과제는 영업 정상화와 매출 회복”이라며 “편의점 물류는 배차 시스템에 기반해 운영되는 만큼 특정 기사 배송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의 강경 발언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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