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골프 칠 때도 최고의 보약!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15세 이효송, 잠 잘자 JLPGA 대회 역전 우승
20세 방신실, 시차로 수면부족 선두 못지켜
아마추어들 잠 못 자면 후반서 무너지기 일쑤

16세 소녀 골퍼의 역전 우승

채 16세가 안된 아마추어 이효송(마산제일여고 1년)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의 쾌거를 이룬 것은 한국 골프계에 엄청난 낭보였습니다.

이효송은 지난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골프클럽에서 열린 J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기록, 사쿠마 슈리(22)를 1타차로 힘겹게 제치고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습니다(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 2400만엔, 약 2억1300만원은 받지 못함).

15세 176일의 나이로 정상에 선 이효송은 2014년 KKT컵에서 가쓰 미나미(당시 15세 293일)가 세운 J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해 더욱 값졌습니다.

사실,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 전만 해도 이효송이 우승하리라고는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죠. 3라운드 10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2023 KLPGA 상금왕인 이예원(21)과 JLPGA 상금왕 야마시타 미유(23)의 대결에 온통 관심이 쏠렸습니다.

초청 선수로 참가한 이효송은 이예원에 무려 7타나 뒤져 톱10에 드는 걸로 만족해야할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효송은 17번홀까지 3타를 줄여 대추격에 나섰습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로 투온에 성공한 뒤 5m 이글 퍼트를 집어 넣으며 8언더파를 기록, 짜릿한 대역전극을 펼쳤습니다. 최종 라운드 7타차 뒤집기는 JLPGA투어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 타수차 역전 우승이기도 했죠.

이효송의 우승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충분한 수면’입니다. 3라운드를 치르는 일반 대회와 달리 메이저대회는 4라운드의 격전입니다. 그런 만큼, 최종일 컨디션이 우승을 좌우하게 됩니다.

3라운드 1, 2위였던 이예원과 야마시타는 우승을 눈앞에 둔 만큼 최종 라운드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온갖 구상을 하느라 밤을 설친 게 분명합니다. 이는 남녀 프로 통틀어 우승 직전 선수들에게는 공통된 사안입니다. 특히 신인이 3라운드 1위로 나서게 되면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지, 인터뷰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합니다.

이예원, 야마시타와 달리 이효송은 비교적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죠. 선두와 7타차이니 우승은 언감생심인데다 15세는 누우면 바로 잠드는 ‘철없는 10대’ 아닙니까. ‘토끼’인 이예원과 야마시타가 잠을 설친 탓에 미스를 연발하며 타수를 까먹는 사이, ‘거북이’ 이효송은 야금야금 타수를 줄여 마침내 ‘7타차’를 극복하는 드라마를 쓰게 된겁니다.

지난 5일 JLPGA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 컵에 우승한 이효송.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피로 쌓이면 젖산 배출돼 3퍼트 미스많아

이와 반대되는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방신실(20)은 300야드(274.3m)를 넘나드는 호쾌한 장타로 지난해 초 KLPGA에 데뷔, 5월 E1 채리티 대회에서 우승하며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5일 개막된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방신실 선수는 12언더파 선두로 나서며 통산 2승이 유력시됐습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1위 이정민(32)에 1타 뒤진 2위(16언더파)로 내려앉은데 이어 최종 4라운드에서는 1타도 줄이지 못하고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부진의 이유는? 바로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방신실은 LPGA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치고 대회 이틀전인 23일에 귀국, 시차 적응이 안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다 5주 연속 출전의 강행군을 펼치다보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16시간 시차의 미국 서부 지역을 갔다 오면 운동선수라도 1주일이 지나야 시차를 극복한다는데, 시차 적응이 안된 방신실은 크리스에프앤씨 챔피언십 대회 내내 수면 부족에 시달려 20세의 ‘극강 체력’임에도 3, 4라운드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 대회 엄청난 상금을 다투는 프로 선수에는 비길 바가 아니지만 아마추어(이른바 명랑 골퍼)도 수면이 성적을 좌우합니다. 한달에 서너번씩 라운딩을 나가고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 아마추어의 스코어가 라운드마다 10타 안팎의 ‘널뛰기’를 하는 건 잠이 결정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나 라운딩을 하루, 이틀 앞두고는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밤처럼 설레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호적수’들과의 내기를 앞두거나, 시상이 걸린 동호회 대회라면 더욱 잠을 설치게 되죠.

또 계속되는 회사 야근이나, 술자리가 이어진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잠이 부족하면 근육 상태가 흐트러져 전반 9홀 잘 치다가도 후반엔 여지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잠 못잔 후유증은 이틀후 나타나

이처럼 중요한 ‘잠’에 대해 두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잠을 못자 피로가 쌓이면 몸 안에 젖산이 배출돼 근육이 뒤틀리게 됩니다. 큰 근육을 쓰는 드라이버샷은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이언샷이나 어프로치, 특히 퍼팅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프로선수들이 최종 라운드 후반 9홀에서 8~10m짜리 길지 않은 퍼팅을 세 번으로 마감하는 것은 피로와 긴장으로 근육이 뒤틀린 탓입니다.

아마추어도 3퍼트를 밥먹듯이 할 경우는 잠이 모자라 피로가 쌓인 탓입니다. 이럴 때는 의도적으로 홀컵 50cm 정도를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좀 세게 퍼팅을 하면 2퍼트로 막을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 뇌는 잠을 못잔 후유증을 이틀후에 나타나게 작동합니다. 그러므로 골프를 잘 치려면 라운딩 하루 전보다 이틀 전에 잠을 잘 자야 합니다. 이틀 전에 수면을 잘 취했다면 하루 전에 잠을 설쳤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골프를 잘 치는 후배 A는 카드놀이를 무척 즐깁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밤새 카드놀이⟶토요일 아침 라운딩⟶일요일 아침 라운딩’이 거의 주기적으로 주말마다 펼쳐집니다. 그런데 골프장 주차장에서 겨우 한시간 눈을 붙인 토요일 라운드는 제 실력대로 80타 안팎을 기록합니다. 그렇지만 일요일은 95~100타를 치기 일쑤입니다. 10타 이상 차이가 난거죠.

그러니까 금요일밤 잠을 못잔 후유증이 이틀후인 일요일에 나타난다는 걸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만한 상대와 겨루는, 꼭 잘 쳐야 하는 라운드를 앞두면 이틀 전에 잘자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몸에 젖산이 쌓여 골프 스윙이 흐트러진다. 특히 퍼트가 짧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수면제 먹으면 절대 안돼

그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술의 경우, 과음은 삼가고 와인 등으로 적당히 취해야 푹 잘 수 있죠. 저녁 회식이 있었다면 과식을 자제해야 합니다. 배가 부르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108배 절 운동’은 정말 숙면에 효과적입니다(음주 후에는 금지). 처음엔 108배 하기가 힘들지만 처음엔 50배를 목표로 시작하면, 108배 정도는 며칠내 달성할수 있습니다.

수면제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몇 년전 지인과의 라운딩때입니다. 그는 평소 80대 중반을 기록했는데 이날따라 어떤 샷이든 다 엉망이었죠. 특히 어프로치는 뒷땅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골프 잘 치려고)잠을 푹 자기 위해 어젯밤 수면제를 먹었는데 평소 안 먹은 탓에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수면제가 득(得)이 아니라 독(毒)이 된거죠.

물론, 하루전에도 잘 자야 합니다. 7시간 이상 푹 자려고 욕심을 부리면 안됩니다. ‘잘 자는 체질’이 아닌 이상 라운딩 하루전에는 7시간 숙면을 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4~5시간만 잘 자도 웬만큼 컨디션을 유지하므로 독서를 하든 어떻든 잠이 쏟아질 때까지 버티다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몸이 개운한 걸 느낄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잠을 설쳤다면? 마음을 편하게 먹으세요. “내가 못치면 동반자들이 좋아할 것 아냐?”며 느긋한 자세를 가지면 오히려 공을 잘 치게 됩니다.


※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