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야채 상하는데‥ 폭염에 무방비 농수산시장

[앵커]
길어지는 폭염에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작물들도 더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울산의 농산물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도매시장의 냉장 시설이 특히 열악해 더위에 상하거나 버려지는 농산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유희정 기자.

[리포트]
과일과 채소를 거래하는 울산 농수산물시장 청과동.

다음날 새벽 경매에 붙여질 농산물 하역 작업을 앞두고 바닥에 물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밤새 농산물을 쌓아둬야 하는 바닥이 폭염에 잔뜩 달궈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관계자]
이렇게 물을 뿌리게 되면 좀 더위가 낮(아지)죠. [온도가 낮아져서요?] 네. [근데 이걸로 좀 모자라지 않아요?] 모자라죠. 모자라도 그런데 방법이 없잖아요.

저온에 보관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농산물에는 치명적인 조건이지만 대안이 없습니다.

울산 농수산물시장의 저온 저장소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시장 관계자]
무 같은 경우에도 (저온 저장소가) 꽉 차 있어서 저기다, 밖에 보관하고 있어요. 쑥갓 이런 거 있잖아요. 상추, 이런 건 금방 (더위에) 녹아 버려요.

높은 기온과 습도를 피할 길 없는 농산물은 여기저기 썩어 들어가고 곰팡이까지 피어 팔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시장 관계자]
출하주들도 좋은 물건을 분명히 갖다 놓았는데, 다음날 되면은 이게 A급이 B급이 돼 버리니까, 출하자들도 공판장에 잘 안 오려는 거죠. 울산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광역시 이상의 대도시에 만들어지는 도매시장은 저온 저장공간을 충분히 갖추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울산 농수산물시장은 지난 1990년, 광역시 승격 이전에 만들어지고 승격 뒤 역할만 떠맡은 겁니다.

뒤늦게 저온 저장소를 만들긴 했지만 기준에는 턱없이 못미쳐 농산물 대부분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현실입니다.

[기자]
여기 쌓여있는 양파들은 모두 경매를 거쳐 도매상에게 팔린 물건들입니다. 그런데 이 양파들은 저온저장은 커녕 실내에조차 보관해둘 공간이 없어, 이렇게 야외에 쌓아둔 채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시는 새로 지을 도매시장에는 저온 저장공간을 충분히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새 시장 건립은 한없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름 더위는 갈수록 가혹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산물 출하주와 상인들의 걱정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희정.

울산MBC 유희정 기자 (piucca@usmbc.co.kr)#울산 #폭염 #더위 #농산물 #도매시장▶뉴스 제보 : 카카오톡 '울산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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