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마트에서 식품을 고를 때 ‘1회 제공량당’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된다. 과자 봉지, 시리얼 통, 캔 음료, 컵라면까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붙어 있는 정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1인분’이라고 생각하고, 해당 열량이나 당류, 나트륨 수치를 기준 삼아 건강을 판단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한 사람이 먹는 양일까?
생각보다 적다. 그리고 기준은 우리가 정한 게 아니다.
‘1회 제공량’ = 소비자가 먹는 양? No.
사실 식품 라벨에 나오는 ‘1회 제공량’은 국가 기관(대한민국 식약처 또는 미국 FDA 등)이 정한 평균적 섭취량이다. 이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산정되며, 소비자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정적으로 설정한 수치에 가깝다.
예를 들어, 컵라면 1개는 통상 1인분이지만, 어떤 시리얼은 1인분 기준이 30g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우유에 말아 한 공기를 만들어 먹으려면 60~80g은 필요하다. 즉, 라벨상 1인분의 열량은 현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
라벨 속 ‘착한 수치’는 착시다
많은 소비자들은 포장지에 표시된 칼로리나 당류가 낮은 것을 보고 ‘건강한 선택’이라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1회 제공량’ 기준일 뿐이다. 과자 봉지 전체가 120g인데 ‘1회 제공량 30g’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열량과 당류, 나트륨은 실제보다 4분의 1로 축소된 수치가 표기되어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제조사의 의도이기도 하다. 실제 섭취량보다 적게 설정한 ‘1인분 기준’ 덕분에 포장지 뒷면 수치는 훨씬 온순하게 보인다.
제각각인 기준, 기준 같지 않은 기준
미국의 경우 FDA가 설정한 ‘Reference Amount Customarily Consumed(RACC)’라는 기준에 따라 식품별 섭취 기준량이 다르게 지정되어 있다. 한국 식약처도 비슷한 기준을 운용하고 있지만, 국가마다 기준도, 단위도 다르다.
게다가 동일한 제품이라도 해외 수출판은 ‘1인분’ 기준이 다르게 표기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미국 수출용 제품에서는 한 봉지에 3인분이라 되어 있는 초콜릿이, 국내 제품에서는 1인분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애매하게 만든 걸까?
기본적으로 ‘1회 제공량’ 표기는 건강 관리를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이다. 즉, 소비자가 식품 성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광고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간,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먹는 양보다 적게 설정된 ‘1인분’ 덕분에 수치상으로는 칼로리나 당류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1 봉지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
건강을 챙기려면 ‘1인분’ 수치만 보지 말고, 총 내용량 기준으로 재계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컵라면이 ‘1회 제공량당 나트륨 1,100mg’으로 표시되어 있어도, 실제로 국물까지 다 먹으면 1,800mg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시리얼이나 음료, 과자도 ‘1회 제공량’이 현실보다 작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위장은 ‘표준’보다 솔직하다.
기준을 보는 눈이 바뀌면 건강이 보인다
‘1인분’이라는 단어는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고 마케팅에 활용되기 쉬운 도구다. 이제는 “1인분이라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판단보다, 내가 먹는 실제 양을 기준으로 식품 성분을 살펴보는 눈이 필요하다. 라벨 뒤에 숨은 진실을 읽는 습관이야말로 건강한 식생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기준을 보는 눈이 바뀌면 건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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