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사외이사]⑧ 유관우 JB금융 이사회 의장…내부통제‧소비자보호 전문가

유관우 J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그래픽=박진화 기자

금융권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임무가 강화하면서 유관우 J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냈던 유 의장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감시 '책무'와 동시에 과점주주 체제를 택한 JB금융 내 10인의 이사를 '원팀'으로 봉합해야 할 임무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감독과 자문 역할 28년 베테랑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의 금융회사 이사회의 CEO 견제 역할 강화 정책에 금감원 중역이었던 유 의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누구보다 금감원의 정책 의도와 내부 사정을 잘 이해할 유 의장이 JB금융 이사회 대표로서 얼마나 당국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지 이목이 쏠리면서다.

1954년생인 유 의장은 전주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영문학 학사를,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 의장의 이력은 감독과 자문 역할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 의장은 은행‧증권‧보험 감독 업무가 금감원으로 통합되기 이전 시절인 1980년 보험감독원에서 심의부‧검사부‧조사부‧기획조정부에서 18여년간 근무했다. 1995년부터 3년간 아주대‧동덕여대‧경희대 등 대학 강단에 섰다가 1998년 금융개혁 이후, 1999년 상품계리실장으로 지금의 금감원에 들어섰다.

이후 보험감독국과 기획조정국, 소비자보호국 등 조직 내 요직에서 국장으로서 감독 업무를 총괄했다. 2005년 12월에는 금감원 출범 후 최초로 금융 민원을 감소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인보험약관해석 /사진=시중 온라인서점

한편 유 의장은 정보 비대칭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를 보호 위한 방책을 강구했던 인사다. 2006년 보험‧소비자보호 부문 부원장보에 올랐고 이때 집필한 저서가 '인보험약관해석'이다. 보험약관의 해석과정에서 빚어지는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으로 출간 당시 유 의장은 "보험 소비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으면서 보험업계의 잘못된 실무나 관행"이 집필 목적이라며 "과시용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인세 전액은 금감원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복지단체 성로원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에서 퇴임한 유 의장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권 사외이사를 비롯해 활발한 외부 활동을 시작한 때도 이때부터다. 퇴임 직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보험분과위원으로 활약했고, 2010년 7월 농협중앙회,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JB금융 사외이사로 지내고 있다.

JB금융 측은 "감독기관과 타 금융사에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강화된 감독기조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19년 3월부터 당사의 사외이사 직을 수행하는 동안 △회계‧재무 △소비자보호 △금융감독 △내부통제 등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관리‧감독 및 조언을 적시에 하는 등 사외이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고 재임 이유를 밝혔다.

사공 많은 JB금융...'원팀' 완주 관건

올 9월 말 기준 JB금융 이사회 인원은 총 11명으로, 지난 3월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의 각 임기가 결정됐다. 이때 이명상‧김기석‧이희승 사외이사(임기 2년)가 신규 선임됐고, 유 의장을 비롯한 이상복 이사(임기 1년)와 김우진‧박종일‧이성엽 이사(임기 2년), 그리고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지섭 이사(임기 3년)가 재선임됐다. 사내이사인 이기홍 JB금융 회장과 성제환 사외이사는 각각 임기 3년, 2년짜리 이사직을 수행, 2025년 3월에 종료된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현재 11인의 이사 중 4인은 주요 주주와 관련한 인사다. 삼양사(14.75%)의 김지섭 삼양홀딩스 부사장이 최대주주의 특수 관계인으로 이사회에 포함돼있고, 얼라인파트너스(14.18%)에서 김기석‧이희승 이사, OK저축은행(10.20%)에서 이명상 이사를 추천했다.

이처럼 '과점주주 체제'인 JB금융은 올해 이사회 구성에 혼선을 빚었다.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어진 추천권 보다 더 많은 이사를 추천하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새 이사회 구성 후 유 의장의 조율 능력이 중요해진 계기다.

올 초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추천 후보로 확정된 이희승 이사 외 5인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 하면서 JB금융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 대표는 김기석 이사를 JB금융 이사회에 추가 입성시켰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BYC, SM엔터테인먼트 등 십수 개 회사에 주주 행동 캠페인을 벌이며 국내 자본시장에 파란을 불러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전 고위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는 처지가 다른 여러 과점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실행력이 떨어지고 효과적인 전략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11인의 이사회가 일단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JB금융이 내부 갈등 없이 당국 정책에 잘 조응할지 여부는 관전 포인트다. 더구나 유 의장은 사공 많은 이사회를 이끌고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JB금융의 내부통제 면면도 살펴야 한다.

현재 JB금융 이사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총 6개 상설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통제위가 신설되면 JB금융은 총 7개 이사회 내 위원회를 두게 되는 셈이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