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치마, 원래는 길었다

짧은 치마 경기력에 도움될까
  • 패션도 골퍼의 ‘얼굴’
  • 때론 치마가 바지보다 더 편해
  • 과거에는 한복 치마 길이
/가수 효민 인스타그램

여성 골프 대회에서 치마를 입은 선수를 흔히 볼 수 있다.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치마를 입고 운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떠오른다. 골프는 복장 규정이 엄격한 스포츠다. 남성 선수는 긴 바지를 입어야 하고 셔츠를 바지 속에 넣어 단정히 정리해야 한다. 여성 선수가 치마를 입고 필드에 오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알아봤다.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짧은 치마

나탈리걸비스(좌) 안신애(우). /해당 인스타그램

여성 골퍼에게 짧은 치마는 일종의 ‘개성’이다. 과거 미셸 위, 폴라 크리머, 나탈리 걸비스 등 유명 프로 골퍼들이 좋은 성적과 동시에 필드 패션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은 월등한 경기력과 패션 센스까지 뽐내며 자신의 몸값을 더 높일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3년 프로골퍼 안신애가 짧은 치마를 입고 경기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안신애 선수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국내 선수들은 치마를 짧게 수선해 입었다. 가장 짧은 치마는 33㎝, 바지는 28㎝였다.

/어뉴골프(ANEWGOLF) 홈페이지

최근에는 치마 안에 속바지가 장착된 제품이 나오는 추세다. 겉보기엔 치마처럼 보여도 안에 바지가 있기 때문에 활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지 않아 움직이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때 바지만 고집했던 프로골퍼 박인비(34.KB금융그룹)는 2014년 결혼한 후 치마를 더 자주 입는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치마가 훨씬 시원하고 좋다”라고 말했다.

◇짧은 치마가 규제 대상?

LPGA로고(좌) 미셸위(우). /flickr

필드에서 ‘짧은 치마 입을 자유’가 무한히 주어진 건 아니다. 2017년 미국 여자 프로 골프(LPGA)투어 사무국은 여성 선수들에게 복장 규정을 공지한 적이 있다. 골자는 짧은 치마와 가슴이 파인 상의를 못 입게 하는 것이었다. 치마 길이의 경우 ‘서 있을 때나 무릎을 굽힐 때 절대 엉덩이가 보여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규제했다.

이런 옷을 입을 경우 한화로 약 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LPGA의 복장 규제에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때는 한복처럼 긴 치마도 입었다

최초 여성 골프 금메달리스트 마가렛 애보트. /올림픽 박물관

여성 선수들의 치마 길이가 처음부터 짧았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여성들은 긴 골프 치마를 착용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 지위가 상승하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골프웨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치마 길이는 짧아지고 디자인은 다채로워졌다.

2000년대 들어 골프가 대중화되자 골퍼들도 옷을 개성 표출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요즘 골퍼들은 골프로 건강과 여유를 모두 누리는 ‘플렉스(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로,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를 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골프 의류 업계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만 50여 개 골프 브랜드가 새로 생겼고 매출의 절반은 2030세대라고 분석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 중심으로 골프의류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윤채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