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큰손 잡을 기회?…젠슨 황 "TSMC 아닌 기업에 칩 주문할 수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기업 TSMC 외 다른 기업에도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도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어 주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진행된 엔비디아 주최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4'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겨냥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제품명 B200)을 공개하고 있다. 2024.3.18. /AFPBBNews=뉴스1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TSMC는 우리의 요구에 대응하는 놀라운 민첩성과 대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CEO는 "현재로서는 다른 업체를 사용하는 변화가 칩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TSMC 제품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 구체적인 다른 공급업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엔비디아의 최신 칩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가 TSMC와 삼성뿐임을 감안할 때 이는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또 AI 칩 공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가속기 수요가 너무나 많아 모두가 먼저, 가장 많이 칩을 받아내길 원하고 있다"며 "구매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를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황 CEO는 "최신 칩 블랙웰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칩 '블랙웰'을 포함한 엔비디아의 AI 전용칩 모두 대만의 TSMC에서 위탁 생산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대만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TSMC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다. 중국은 TSMC가 위치한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고 있는데,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려 한다면 공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는 가장 중요한 칩의 생산을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과 대만 사이 지정학적 긴장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황 CEO는 앞선 다른 공급업체로의 주문 전환뿐 아니라 회사 기술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