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관계자 B씨는 "아티(스트)들도 다 안다. 저희도 내부에서 아티들이 상처받고 화도 나니까 뭔가 대응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 E씨는 "(세븐틴) 승관이 그렇게 글 쓸 정도면 이름 적힌 당사자들은 공유했을 거고, 아니면 주변에서라도 어떤 루트로든 보내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브 문건을 두고 "그런 거 안 한다"라고 한 엔터 관계자 B씨는 "보고서를 남긴다면 '왜 이 앨범이 잘됐나'를 보거나, 어느 국가에서 활동 성과가 좋은지 등을 비교 분석한다. 업계에 오래 있는 선배들도 다들 '이런 건 본 적도 쓴 적도 없다'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문건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 점심 미팅에서도 화제에 올랐는데, '업계 품격을 떨어뜨렸다' 이 얘기를 진짜 많이 했다. 업계 관계자로서 굉장히 수치스럽더라"라고 전했다.
엔터 관계자 C씨는 "동향 보고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엔터사라면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하이브 문건처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불특정 K팝 소비자들의 원색적인 평가를 단순 발췌해 공유하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엔터 관계자 D씨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 아무리 작은 회사도 공적인 문서를 저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라고, 가요 관계자 E씨 역시 "수치를 분석한 보고서도 아니고 너무 주관적이고, 어디 수첩에도 안 적을 내용이더라"라고 일갈했다.
엔터 관계자 F씨는 "뭐가 잘 된다는 걸 종합적으로 정리한다면 기사 링크를 활용한다. 나쁜 건 잘 공유 안 한다. 부정적 이슈가 있으면 '이런 건 조심하라'고 하지, 리스크를 저렇게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엔터 관계자 G씨는 "정량적인 부분을 확인하거나, 부정적 기사 비율을 조사할 순 있겠으나 (하이브 문건처럼) 개인의 생각을 마치 업계의 정률인 것처럼 보고서로 쓰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엔터 관계자 B씨는 "관계자들끼리도 '하이브는 왜 안 해도 되는 말을 해서 더 비판받지?'라고들 한다"라며 "'(위기 대응) 컨트롤 타워가 없나?'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 E씨도 "시간 끌기에는 촉박한 사안이라고 내부적으로는 판단한 것 같다. 너무 에둘러서 빨리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된 것은 조금 안타깝다"라며 "첫 단추부터 너무 잘못 끼우다 보니 수습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나타난 저급한 표현과 기술 방식 배경을 '탈 엔터' 기조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었다. 가요 관계자 H씨는 "현재 하이브에는 엔터 쪽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업계나 사안을 잘 모르니까 저렇게 날것의 센 표현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 I씨는 "회의에서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술자리 뒷말 같았다. (쓴 사람이) 뭔가 이걸 읽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느낌? 우리(자사·소속 연예인)를 높이기 위해 남을 까는 아부라고 해야 할까?"라며 "업계를 잘 알면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하지 않을 텐데, 엔터 경력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한테, 마치 누구 가르치듯 설명해 주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K팝 아티스트를 향한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이 그대로 담긴 점, 작성자 개인의 견해와 평가가 덧붙여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문서로 남게 된 점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며 자사·타사 아티스트에게 사과했다. 피해를 본 소속사에게 연락해 직접 사과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문건을 작성한 A실장은 직책 해제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산하 레이블 케이오지(KOZ)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가수 지코를 문건 수신인에 추가하라고 한 정황도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방시혁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사과 주체와 방식, 향후 조처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엔터 관계자 D씨는 "치졸한 꼬리 자르기다. 그(A실장)의 문제가 아니라 윗선을 문책해야 하는 건데 말이 안 된다. CEO의 애티튜드를 봐도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방시혁 의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책임지고 사과했어야 한다. 각 소속사에 연락해 사과하겠다고 하는데 어제(10월 30일)까지 (연락) 받았다는 곳을 본 적이 없다.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니까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가요 관계자 I씨는 "문건 내용도 화가 나지만 한 명만 직위 해제한 걸 보고 정치권이나 재벌이 하는 안 좋은 행태가 떠올라서 더 화가 났다. 하이브도 대기업이 되니까 이러는 건가 싶더라"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역바이럴은 안 했다' 이러니까 지금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다른 가요 관계자 H씨는 "사과문을 보면 이재상 대표 명의로 돼 있다. 물론 그전에도 C레벨이었고 해당 문건을 받아본 것도 맞지만, 과연 사과해야 할 주체가 이 대표일까? 대표가 된 지도 얼마 안 된 사람이다"라고 꼬집었다.
"완전 윗분들, CEO급 인사끼리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실무진으로서는 연락받은 게 없다"라고 한 엔터 관계자 G씨는 "만약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가치 판단이 제대로 된 회사라면 멈췄을 거다. 의견을 긁어온 게 아니라 (따로) 작성해서 보고한 것이지 않나. (문건) 작성팀이 있다는 것 자체, (문건이 작성·보고된) 이 '오랜 기간'이 회사의 가치관을 증명해 준다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엔터 관계자 C씨도 "제일 큰 문제는 하이브 경영진이 엔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업계와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해당 보고서를 보고 최소한 순화라도 지시했을 것"이라며 "그 누구도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기에 오랜 기간 보고를 이어온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구성원 누구도 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내 분위기가 문제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엔터 관계자 B씨는 "K팝 신의 '아이돌 상품화'가 비판받을 때, 이를 넘어서 좀 더 나은 문화를 만들려고 업계에서 노력해 온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그 노력이 무색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라고 짚었다. 가요 관계자 E씨는 "업계 제일 큰 회사의 치부가 드러나, '연예계는 다 이렇구나' 하고 오해할 수 있어서 그 점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시작된 하이브-민희진 사태 장기화에 이어 하이브 문건까지 나와 피로도가 높아진 점도 거론됐다. 엔터 관계자 D씨는 "하이브와 민희진 대립이 길어지면서 K팝 시장 자체가 축소돼 중소 규모 엔터 회사 진로까지도 방해하는 느낌"이라며 "진짜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피해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터 관계자 F씨 역시 "빨리 이 사건이 끝났으면 좋겠다. 컴백하는 팀도 많은데 (하이브 대 민희진 파생 이슈가) 다른 걸 다 빨아들여서 홍보팀들 다 힘들다고 난리"라고 털어놨다.
하이브 문건에 부정적으로 언급된 수많은 아티스트·회사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취재에 응한 관계자 모두 아티스트들이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엔터 관계자 B씨는 "아티(스트)들도 다 안다. 저희도 내부에서 아티들이 상처받고 화도 나니까 뭔가 대응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 E씨는 "(세븐틴) 승관이 그렇게 글 쓸 정도면 이름 적힌 당사자들은 공유했을 거고, 아니면 주변에서라도 어떤 루트로든 보내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터 관계자 G씨는 "아티스트는 미성년자나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가 많은데 서로 사이가 좋고 잘 지낸다. 그런데 앞으로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선의로 피처링이나 합동 무대를 하고 챌린지 찍는다고 해도, 그때마다 평가하고 본인들 입지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거나 한다면 저희는 조금 무섭고 섬뜩하다. 아무리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해도, 회사는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게 우선 아니겠나"라며 "당분간 (하이브와의) 접촉은 조금 조심해야겠다. 같이 뭘 못 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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