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에 따라 유행의 흐름은 변화하는데, 최근 흐름의 주류를 이끌고 있는건 어드벤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역시 편하기 때문 아닐까. 그러면서도 적당한 스포츠성도 갖추고 있고, 케이스 등을 장착하면 투어러 못지 않은 적재공간도 확보할 수 있어 투어러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어드벤처 모델을 구입하고서도 오프로드에 들어가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구입했기에 오프로드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또는 어드벤처 모델을 구입했어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넘어지거나 다칠까 부담스러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도로만 달리기엔 모터사이클이 아깝기도 하고, 막상 타는 사람들 중에는 오프로드에 푹 빠져 도로가 아닌 오프로드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것 보면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을 터. 그렇다고 무작정 들어가기엔 안전하게 잘 탈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 이번 기사를 주목할 것. 혼다는 지난 16일 국내 모터사이클 전문 미디어들을 초청한 가운데 혼다 어드벤처 아카데미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혼다는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통해 라이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곳은 도로, 즉 온로드 중심으로 구성된 곳이어서 오프로드 교육은 불가능하다. 혼다는 어드벤처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어드벤처 스튜디오를 통해 자사 고객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오픈한 어드벤처 스튜디오는 모터사이클 레이서 출신이자 모터사이클 미디어 출신이기도 한 박지훈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강원도 춘천의 4만 평 부지에서 다양한 코스를 마련해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수많은 교육생이 방문하는 곳이다. 워낙 부지가 잘 마련되어 있어 교육은 물론이고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나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SUV 등의 출시 행사까지 가능할 정도.

혼다코리아 미즈노 코이치 전무는 인사말을 통해 “혼다 어드벤처 아카데미는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오프로드 라이딩은 온로드와 다르게 특별한 라이딩 스킬이나 타는 방법이 존재한다. 마침 이 곳 어드벤처 아카데미가 좋은 시설을 갖고 있어 서로 협력해 오프로드 라이딩에 대해 교육을 제공하게 됐다”고 교육을 실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교육은 실력에 따라 스타트업, 베이직, 넥스트 3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교육 비용은 각각 10만 원, 12만 원, 15만 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어서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다. 자격은 혼다 고객이면 누구나 가능한데, 모터사이클은 물론이고 자동차 고객들까지 받을 수 있게 한 점은 놀라운 부분. 여기에 장비가 없어도 개당 1만 원으로 대여가 가능하니, 예전에 모터사이클을 탔지만 지금은 접은지 오래된 라이더들도 장비를 새로 구매하는 부담 없이 와서 교육을 받으며 예전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해볼 수 있다.

오전에는 스타트업과 베이직 교육이 진행됐는데, 모든 교육을 완전히 동일하게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각 과정 별 주요 부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박지훈 대표가 가장 먼저 강조한 부분은 핸들바를 어떻게 잡는 방법이었다. 그냥 단단히 잘 잡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핸들바를 잡는 방법에 따라 가속과 감속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게 되고, 이를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특히 가속과 제동이 온로드보다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는 오프로드에서는 이 그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그립을 잡는 방법에 따라 팔이 어떤 각도로 펼쳐지는지도 달라지는데, 팔꿈치가 아래가 아닌 좌우 양쪽을 보도록 해야 오프로드에서 앞바퀴에 강한 충격을 받아도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팔을 통해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설명에 따라 그립을 쥐어본다. 스로틀 그립을 엄지와 검지로 말아쥐는 것이 아닌, 엄지는 손이 밀리지 않도록 받치는 역할을 하고 스로틀 그립은 새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브레이크의 경우에는 손가락을 폈다 구부렸다 하며 레버를 감는 것이 아닌, 브레이크 레버의 경사면에 손가락을 걸고 있다가 김밥을 말 듯 손을 감아쥐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레버가 당겨져 브레이크가 작동하게 된다고. 이 과정에서 손목을 꺾는 것이 아니라 손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평소 해오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조작 방법이라 적응이 쉽지 않지만, 확실히 손으로 움켜쥐던 예전보다 더 빠른 가속과 제동이 가능하겠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평소 새끼손가락으로 스로틀 레버를 조작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교육을 받고 난 이후 새끼손가락에 이틀 정도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고생했을 정도여서 평소 연습이 중요함을 느꼈다.

다음으로는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다. 서킷도 아니고 오프로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오프로드 역시 적극적인 체중 이동이 일어나야 원활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순히 차체가 기운 반대쪽으로 몸을 빼는 린 아웃(Lean out) 외에도 가속할 때는 앞으로, 감속할 때는 뒤로 몸을 빼주는 동작들 역시 이루어져야 가속이든 감속이든 안정적으로 가능하다고. 예를 들어 급경사를 올라야 하는 과정에서 몸이 그대로 있거나 뒤로 빠진다면?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가 자칫 앞바퀴가 들리며 그대로 뒤로 고꾸라질 수 있다. 그래서 모터사이클 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설명을 들었으니 이제 직접 타볼 차례. 오전 교육에선 혼다의 CT125를 타고 교육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시승을 통해 경험한 모델이기도 하고 125cc라서 가볍게 생각했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아닌, 포장되지 않은 땅, 오프로드에서 경험하는 것은 많이 달랐다. 여기에 전날 비가 내린 탓에 노면도 드문드문 젖거나 진흙탕이 되어 있어 자칫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교육에서 배운 대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가며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본다. 도로에서는 제동력이 높은 앞브레이크를 주로 사용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뒷브레이크를 주로 사용해야 한다. 즉 입장이 바뀐 셈. 그래도 뒷바퀴가 꽉 잠길 정도로 강하게 제동을 걸고 앞브레이크를 보태주면 안정적으로 강한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오전 교육은 여기서 종료. 읍내로 나가 점심식사를 했다. 그냥 식당이 거기 있으니 나가 먹은 것인가 생각했는데, 점심식사가 끝난 다음에도 곧바로 인근 홍천강변에서 교육이 이어졌다. 홍천강변은 강변 상당 부분이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을 달리며 흙길과는 다른 자갈길만의 특성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물론 오프로드는 노면이 고르지 않아 안정적인 주행이 쉽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의 구조상 가속하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걸 머릿속에 넣고 가속을 해주면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이때 시선은 수평으로 최대한 멀리 두고, 핸들바는 가볍게 잡아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핸들바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 자칫 충격으로 돌아간 핸들이 복원되지 못해 그대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 설명을 듣고 조심스레 출발해보니 노면의 수많은 자갈들로 몸이 요동치지만 그대로 목표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기왕 오프로드에 나왔으니 작은 개울도 하나쯤 건너보고, 다시 펼쳐진 자갈밭에서 신나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서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색다른 오프로드만의 재미에 오히려 내리는 비는 땀을 식혀주니 고마울 정도였다.

빗길을 뚫고 교육장으로 돌아와 이제는 넥스트 과정의 교육을 진행할 차례다. 모터사이클도 바뀌어 CRF300L과 XL750 트랜잘프가 기다리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넥스트 과정에서 교육하는 내용들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모터사이클 전문지 기자들이 참석한 만큼 평소 하지 않는 다른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바로 액셀 턴이다. 핸들을 끝까지 돌린 채 모터사이클을 기울여서 스로틀을 감아주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차체를 돌릴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상황에 따라 좁은 공간에서 차량을 돌려야 할 수도 있는데,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돌리기 어려울 때 쓰면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단순히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닌, 브레이크나 클러치 조작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기술이라 앞선 교육 내용을 좀 더 높은 난이도로 복습하는 과정이다.

앞서 교육에 사용했던 CT125라면 액셀 턴이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문제는 CRF300L이나 XL750 모두 무게도 훨씬 많이 나가는 데다 클러치 레버가 있어 조작이 배 이상 까다롭다. 여기서 아까 교육 시작 때 배웠던 그립이 똑같이 활용된다. 반클러치 상태에서 브레이크로 서서히 속도를 줄여 완전히 멈춰서면 차체가 기우는데 일정 이상 기울었을 때 스로틀 레버를 감아 뒷바퀴를 미끄러트려 차체를 돌리는 것이다.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 핸들을 완전히 꺾은 상태로 반클러치를 연결해 걷는 속도 정도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트랜잘프를 끌고 움직이는데 평소 보유한 기종이 트랜잘프보다 훨씬 무겁지만 이렇게 오프로드에서 끌고 움직일 일이 없다보니 훨씬 가벼운 트랜잘프도 어마어마하게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다 차체를 기울이며 스로틀 레버를 감아주지만 차체가 덜 기울었는지 뒷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고작 두세 번 시도했을 뿐인데 금세 헬멧 내피가 축축히 젖어버릴 만큼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워낙 무거운 무게 탓에 중간 중간 쉬어가며 계속 반복하니 조금이지만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완벽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처음 교육할 때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더 연습하고 싶지만 어느새 교육을 마칠 시간. 땀과 진흙으로 온통 엉망이 된 모습이지만 오래간만에 모터사이클을 열심히 탔더니 기분은 상쾌하다.

혼다 어드벤처 아카데미는 매월 과정 당 1회씩 총 3회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에 참가하려면 어드벤처 스튜디오 홈페이지(adventurestudio.kr)에서 접수가 가능하고, 혼다코리아 홈페이지(hondakorea.co.kr)에서도 링크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각 과정별 교육 인원은 회당 최대 10명이다. 시설 내에 샤워실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교육 후 뽀송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갈아입을 옷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분명 오프로드는 온로드와 다른 재미가 있다. 오랫동안 온로드를 타다가 질렸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오프로드에 빠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물론 본격적으로 오프로드에 진입하는게 부담스럽다면 그 전에 어드벤처 모델로 가볍게 입문해 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재미, 색다른 재미로 권태기가 왔던 모터사이클 라이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혼다 고객이라면 부담없이 안전하게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은 교육을 받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모터사이클의 새로운 재미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